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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작아지는 '빅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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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애플(뉴욕시 별칭)이 작아졌다'.


뉴욕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만8000명이 뉴욕을 떠나면서 시 인구는 826만명으로 감소했다. 12만6000명이 빠져나갔던 2022년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뉴욕 엑소더스(exodus·대탈출)'는 진행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주 인구 감소분의 4분의 3이 뉴욕시 기여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시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맨해튼만 인구가 3000명 늘었고 퀸즈, 브루클린, 브롱스, 스태튼 아일랜드 4개 구는 모두 인구가 줄었다. 브롱스는 인구 1.9%에 해당하는 2만5000명이 지난 한 해 이 지역을 떠났다.

[뉴욕다이어리]작아지는 '빅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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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애플은 왜 작아지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시를 탈출해 교외로 떠나는 사람이 늘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도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뉴욕시 인구의 6%가 넘는 55만명이 도시를 떠났다. 가장 큰 이유로는 살인적인 물가가 꼽힌다. 높은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 중저소득층은 뉴욕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추세다. 재정정책협회에 따르면 2022년 뉴욕시를 가장 많이 떠난 사람은 소득 3만2000~6만5000달러의 중저소득자였다. 흑인과 히스패닉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소득자들도 뉴욕을 떠나는 건 마찬가지다. 뉴욕시의 높은 세금을 피해 세율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뉴요커들이 상당하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은 15%에 이르고, 연방세 등을 합하면 60%에 가깝다. 이에 뉴욕시민들 중 상당수는 세율이 낮은 플로리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텍사스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만 5만8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뉴욕 운전면허증을 플로리다 면허증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으로 재정 보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조차 세금을 너무 많이 올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됐다고 우려했었다.


최근에는 난민 유입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이민자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이들을 위한 뉴욕시 당국의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속되고 있어서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이민자 지원에 가구당 매달 평균 387달러가 투입됐다. 뉴욕시 당국은 이번 주 기준으로 6만4600명의 이민자를 보호 중이다. 일부 뉴요커들은 이민자 유입이 폭증하며 세수가 낭비되고, 범죄가 늘어났다며 뉴욕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뉴욕시 치안도 불안해지고 있다. 최근 지하철역에서 총격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뉴욕주는 지하철에 1000명 규모의 주방위군, 경찰까지 투입해 승객 소지품 검사에 나섰다.

서울도 비슷하다. 집값 급등으로 서울을 떠나 인천·경기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2016년 인구가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1000만 서울'도 옛말이 됐다. 대도시의 급격한 팽창과 이로 인한 집값 급등과 물가 상승, 인구 유출이라는 큰 틀에선 뉴욕이나 서울이나 비슷하다. 빅애플이 쪼그라들면서 뉴욕의 쇠퇴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구 감소로 뉴욕이 쇠락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발(發) 인구 유출이 진정됐고, 이민자 유입이 늘면서 오히려 장기 성장이 재개될 조짐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도시 쇠락과 성장 사이, 뉴욕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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