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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단 1곳뿐인 그 곳, 김천소년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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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1>처벌만이 능사인가…늘어가는 범죄소년

운동시간만 기다리는 소년 수형자 "수감사실 잠시나마 잊어"
2013년 260여명에서 올해 120여명
구금보다 사회보호처분 늘고, 10대 인구 줄면서 자연스레 감소
상당수가 중·고 졸업장 없어…고시반 신설, 합격률도 꽤 높아

김천소년교도소 정문 입구. 김천소년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부터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한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김천소년교도소 정문 입구. 김천소년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부터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한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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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재판에 회부돼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소년원 대신 교도소로 보낸다. 그들이 가는 곳이 '소년교도소'다. 청소년들이 성인범과 공동 수감될 경우 범죄 수법 등을 습득할 부작용이 있어 분리 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내 소년교도소는 경북 김천, 단 1곳뿐이다.


기자가 서울역에서 김천(구미)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를 탄 시간은 오전 5시30분. 소년 수형자들의 일과가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에 집을 나섰다. 김천(구미)역 서북쪽 3km 남짓 거리에 있는 김천소년교도소의 첫 인상은 다소 딱딱했다. 푸른 나무들로 둘러쌓인 단촐한 건물만 봐서는 이곳이 교도소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깐깐한 신분 확인을 거친 뒤 총무과 직원을 만나 각서(서약서)를 썼다.

총무과 건물 뒤편으로 이동하자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동이 나타났다. 취재를 돕기로 한 직원과 함께 입구에서 재차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출입증을 받았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모든 전자기기는 반입이 금지돼 있어 다 맡기고 나서야 교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년교도소 내부는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비교적 넓고 긴 복도를 중심으로 각 사동들이 골목길처럼 연결돼 있다. 각 사동은 상층과 하층으로 구분돼 있다. 각 층마다 10개의 '거실'이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거실'은 수형자들의 거주공간을 칭하는 용어다.


소년 수형자들이 머물고 있는 김천소년교소도 수형동의 모습. 각 층마다 10개씩 붙어 있는 방에는 5평 남짓한 공간에 4~7명의 수형자가 지내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소년 수형자들이 머물고 있는 김천소년교소도 수형동의 모습. 각 층마다 10개씩 붙어 있는 방에는 5평 남짓한 공간에 4~7명의 수형자가 지내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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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이 수감돼 있는 곳은 1~3동 상층, 총 3개 층이 전부다. 2013년만 해도 260명 안팎이던 소년 수형자 수는 올해 6월 현재 12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소년 범죄에 대해 시설구금보다는 사회보호처분을 내리는 법원의 판결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10대 인구 감소도 수형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교도관의 설명이다. 소년 수형자는 다시 소년 수형자(19세 미만)와 소년 처우 수형자(19세 이상)로 구분한다. 소년 처우 수형자들은 23세가 되면 일반 교도소로 이감하는 게 원칙이다.

김천소년교도소에는 일반(성인) 수형자들도 수감돼 있다. 그 인원은 430여명으로 소년 수형자들의 3배가 넘는다. 물론 일반 수형자들과 소년 수형자들은 철저히 분리돼 말조차 섞을 기회가 없다.


오전 8시가 되자 수형자들이 10명 정도씩 줄지어 사동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얼굴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는 해방감이 비쳤다. 왼쪽가슴에는 수형번호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다. 이곳에서 그들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수형자들이 작업장(일반) 또는 교육장(소년)으로 이동하는 것을 '출역'이라고 부른다. 반출입금지 물품 소지를 막기 위해 이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곳을 통과한 수형자들은 각자의 교육장으로 이동한다. 소년범들은 작업이 금지돼 있고,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받는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자동차 정비(훈련기간 1년) ▲제과ㆍ제빵(1년) ▲한식 조리(6개월) ▲바리스타(3개월) 등 직업훈련장과 ▲문화예술반 ▲사회적응 AㆍB ▲고시반 등 교육장을 운영한다. 소년 수형자들은 훈련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기능사자격증을 따고 일부는 기능경기대회 등에 참가한다.


이곳 제과ㆍ제빵 직업훈련장에서 교육받는 한 소년 수형자는 올해 경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따 올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전국 대회 참가가 예정돼 있다.


김천소년교도소 내 소년 수형자들이 고시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올해 상반기 검정고시 응시생 29명(중졸 7명, 고졸 22명)이 전원 합격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김천소년교도소 내 소년 수형자들이 고시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올해 상반기 검정고시 응시생 29명(중졸 7명, 고졸 22명)이 전원 합격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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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소년 수형자가 중ㆍ고교 졸업장을 따지 못한 채 입감되는 점에 착안해 신설된 고시반에서는 검정고시를 대비한 교과 수업이 진행된다. 검정고시 합격률은 꽤 높다. 올 상반기 치러진 검정고시에서는 응시생 29명(중졸 7명, 고졸 22명)이 전원 합격했다.


김천소년교도소 관계자는 "공부 외에는 따로 할 것이 없는 환경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고시반뿐 아니라 다른 직업훈련장과 교육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했다.


하루 일과 중 소년 수형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건 운동 시간이다. 각 교육장별로 시간대를 나눠 하루 1시간씩 운동장에서 족구나 농구, 야구 등을 할 수 있다. 박아무개(19)군은 "교도소에 오기 전과 가장 비슷한 순간이 다른 수형자들과 운동할 때"라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는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TV를 볼 수도 있다. 다만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편성, 녹화 방영하는 프로그램에 한 해서다. 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소년들은 사회 복귀를 그리며 산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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