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멕시코·쿠바지역 독립운동 사적지 학술조사

북미대한인국민회의 각 지방회 등 집중 조사

1910년대 대한인국민회가 멕시코 메리다 지방회관으로 사용한 건물 모습.

독립기념관이 오는 23일부터 멕시코와 쿠바 지역을 대상으로 독립운동 사적지 학술조사를 진행한다.

독립기념관은 2002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독립운동 사적지 발굴·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학술조사 사업을 실시 중이다. 멕시코와 쿠바 지역은 2003년, 2005년에 이어 2015년에 학술조사 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과 쿠바 양국이 국교를 수립한 원년이자 2025년 멕시코 이주 120주년을 앞두고 있어 의미가 크다.

이들 지역의 한인 이주역사는 1905년 1000여 명의 한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인들은 20여 개의 에네켄 농장에 분산돼 4년간 가혹한 노동 조건 아래서 혹사당했다.

노동계약이 종료된 1921년 멕시코 한인 300여 명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국제 설탕 가격이 폭락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멕시코 유카탄 일대에 있는 에네켄 농장에서 일해야만 했다.

당시 일본영사관이 교민들에게 일본의 재외 국민으로 등록할 것을 강요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멕시코와 쿠바 일대에 북미대한인국민회 지방회를 설립했다. 각 지방회는 한국의 독립운동 지도기관이자 교민들의 신원 보증과 권익 보호, 대한민국 국민임을 분명히 선언하는 데 힘썼다.

이번 학술조사에서는 멕시코와 쿠바에 흩어진 한인들의 발자취를 좇고 그들의 생활 전반에 관련된 장소의 현황을 조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북미 대한인국민회의 각 지방회와 주요 인물, 민족 문화와 독립정신 계승의 역할을 수행한 국어학교의 현장 등 조사해 멕시코·쿠바 지역 한인 독립운동사적지 현황을 새롭게 정리할 계획이다.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경동 기자 kyungdong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