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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인중개사의 권리금계약서 작성은 행정사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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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것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 행정사법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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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행정사법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행정사법 제3조(행정사가 아닌 사람에 대한 금지 사항) 1항은 '행정사가 아닌 사람은 다른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2조에 따른 업무를 업으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1호) 및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2호) 작성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3호) ▲위 작성 서류의 제출 대행(4호) ▲인허가나 면허 등을 받기 위한 신청·청구·신고 대리(5호) ▲행정 관계 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에 대한 응답(6호)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 조사 및 확인(7호) 등 행정사법 제2조 1항에서 행정사의 업무로 규정한 업무를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행정사법 제36조(벌칙) 1항 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한편 공인중개사법 제2조(정의) 1호는 '중개'의 개념을 '제3조에 따른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같은 법 제3조는 중개대상물의 범위를 ▲토지 ▲건축물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권 및 물건으로 정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B씨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2020년 8월 한 어린이집의 임차권 양도계약을 중개하면서 권리금계약서인 '컨설팅계약서'를 작성해주고 25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작성한 컨설팅계약서는 실질이 권리금 지급에 대한 것으로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에 해당돼 행정사법이 행정사가 작성할 수 있도록 정한 서류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1심 법원은 A씨와 B씨의 행정사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죄의 고의가 강하지 않은 점 ▲실무상으로 권리금계약과 임대차계약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도 그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免訴)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재판에서는 A씨가 기존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 지급과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해준 것이 공인중개사법에서 허용된 중개의 범위에 포섭된다고 봐야할 지가 쟁점이 됐다.


A씨와 B씨는 ▲A씨가 작성한 컨설팅계약서는 그 주된 내용이 새로운 임차인이 어린이집 인가를 받기 위한 용역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내용으로 행정사법상의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이 사건 컨설팅계약이 권리금계약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권리금계약의 중개도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중개행위의 범위에 속하며 ▲권리금계약의 중개가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중개행위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권리금계약은 임대차계약과 결합해 일체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권리금계약을 중개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들의 행위가 행정사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금지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법률의 착오에 해당돼 처벌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컨설팅계약은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단순한 '용역계약'이 아니라 어린이집에 관한 영업권을 양도하는데 따른 권리금계약에 해당하며, 따라서 A씨가 권리금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행정사법 제2조 1항 2호에서 정한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권리금은 상가건물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로서, 영업권의 양도에 따른 권리금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및 그 시행령에서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로 정하고 있는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앞서 1심에서 했던 주장 외에 자신에게 적용된 행정사법과 행정사법 시행령이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차권의 양도란 임차인이 임차권을 계약에 의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컨설팅계약 및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각 계약의 당사자 및 계약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중개한 이 사건 컨설팅계약과 임대차계약은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신규 임차인과 기존 임차인 사이 임차권양도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이 사건 컨설팅계약은 어린이집에 관한 영업권 양도 및 이에 따른 권리금 계약에 해당하고 권리금 계약이 공인중개사법상의 중개대상물이 아님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률 명확성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 "행정사법 및 행정사법 시행령의 문언, 행정사법의 입법연혁과 취지, 규정체계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매계약 또는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개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권리금계약은 반드시 매매나 임대차계약에 수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체결되지만 권리금계약은 통상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이뤄져 중개 당사자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사가 아닌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에 들지 않는 권리금계약서 작성을 업으로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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