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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휴진 본격화…직격탄 맞은 환자들 "뭐라도 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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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세브란스 휴진 돌입
환자들 불똥 튈까 전전긍긍

서울 시내 주요 대형병원인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30일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이날 하루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

의대 교수 휴진 본격화…직격탄 맞은 환자들 "뭐라도 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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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1층 로비.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 속 채혈실 앞에서 대기하던 남모씨(58)는 “9시에 진료가 시작이라 매번 2시간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환자들이 없었다”며 “원래는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차는데 오늘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암병원 간호사 A씨는 “필수 진료과 교수님들은 지금 다 나와서 일하고 계시는데 환자 많이 없는 과 교수님들은 진료 안 하시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환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간암 환자 보호자 김모씨(59)는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뉴스에서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갈등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서로 한 발씩 물러나서 일단 만나서 뭐든 논의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무조건 백지화하라고 주장하는 건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5세 어린이 환자의 보호자 김지현씨(36)도 “아이가 4월에 오른쪽 눈을 수술받고, 5월에 왼쪽 눈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한 달 사이 병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비슷한 환자가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진료가 취소됐다는 사람들 얘기가 많이 올라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 진모씨(60) 역시 “환자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어떻게든 관철하려는 것 같아서 솔직히 화가 많이 난다”며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셔서 수술은 못 하고 병원 자주 와서 검사만 받고 있는데 진료 일정에 차질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 1회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일부 과에 외래 진료 환자들이 몰렸긴 했으나 평소보다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 환자들 역시 자신들까지 휴진 여파로 피해를 볼까 우려하는 상황임은 마찬가지였다.


이양숙씨(64)는 “다행히 정기검진만 받는 입장이라 아직은 진료가 취소되거나 하는 큰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건강 상태가 계속 괜찮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장 이식 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박모씨(46)도 “진료가 미뤄진다거나 별도의 연락이 없어 일단 오기는 했다”면서도 “하루 휴진으로 시작해 점점 장기화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치과 진료를 위해 대기하던 김모씨(75)는 “보통 전화 접수 후에 한 달 정도 기다리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의대 증원 사태 이후에는 진료까지 두 달이 걸렸다”며 “의사들이 그간 많은 특권을 누려왔는데 정부와 각을 그만 세우고 타협을 보기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의·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의대 증원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의대 증원 정책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주 1회인 휴진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내달 1일 공식 취임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3일 일반 환자에 대한 진료와 수술을 멈춘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결정에 따라 울산대병원도 같은 날 휴진한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내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개인 진료 일정에 따라 일주일에 하루를 골라 쉴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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