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빙산이 30년만에 움직인다…과학자들 '주시'

2020년부터 이동 관측…최근 속도 빨라져
과학자들 “기후변화 탓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인 남극의 ‘A23a’가 2020년부터 이동하기 시작해 최근 몇 달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관측됐다.

A23a는 1986년 남극 대륙 해안에서 떨어져 나와 만들어졌다. 이후 웨들해 해저에 고정돼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일종의 얼음 섬으로 자리 잡았다.

이 빙산의 면적은 서울시의 6배에 달하는 4000㎢ 두께는 웬만한 고층빌딩의 높이를 넘어서는 약 400ｍ에 달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층빌딩인 런던의 ‘더 샤드’의 높이가 310m에 불과하다.

영국 BBC 방송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빙산은 2020년 처음으로 해저에서 분리돼 이동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는 시간이 흘러 빙산이 서서히 녹으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알려졌다. BBC는 “A23a의 이동은 결국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빙산은 언젠가는 모두 녹아 떠내려갈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남극의 빙산

영국 남극연구소(BAS)의 앤드류 플레밍 박사는 “해저에 고정돼 있던 빙산이 결국 지탱할 힘을 잃을 만큼 크기가 줄어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몇몇 동료에게 이번 움직임이 바닷물의 온도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물었지만, 결국 우리는 때가 됐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달 사이 A23a의 이동 속도는 바람과 조류에 의해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현재 남극 대륙 북단을 지나고 있다. 웨들해의 다른 모든 빙산처럼 A23a 또한 남극 순환류에 실려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남극 순환류를 탄 빙산은 이른바 ‘빙하길’로 알려진 경로를 통해 남대서양으로 흘러가게 된다.

과학자들은 A23a의 이동 경로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거대한 빙산이 동물들이 사냥을 위해 이동하는 길을 가로막게 되면 이들의 먹이 활동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빙산이 아르헨티나 남쪽의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 인근에 자리 잡는다면, 이곳에서 서식하는 수백만 마리의 물개와 펭귄, 바닷새 등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빙산이 녹아서 얼음 속에 있는 미네랄 먼지들이 바다에 들어가면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유기 생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빙산이 반드시 주변 생태계에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캐서린 워커 박사는 “빙산은 많은 생물학적 활동의 기원이 되는, 여러 면에서 생명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