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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 야마자키 100주년…'재패니즈 위스키' 산토리 창업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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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이 신지로가 도매상으로 시작
일본인 입맛 고려한 와인·위스키 선봬…혹평 끝에 '대성공'

요즘 일본 여행 다녀올 때 산토리 위스키 사 오는 분들 많으시죠. 일본 위스키가 한국에서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또 산토리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 일본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한정판매 야마자키 하이볼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재패니즈 위스키의 시작은 어디일까. 사실 산토리는 '일본에서 와인과 위스키는 안 팔릴 것'이라는 공식을 깨고 성공한 회사인데요. 오늘은 이 산토리의 창업자 토리이 신지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위스키를 맛보고 있는 토리이 신지로의 생전 모습.(사진출처=일본국회도서관)

위스키를 맛보고 있는 토리이 신지로의 생전 모습.(사진출처=일본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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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로는 187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13세가 되던 해 와인, 위스키를 취급하는 도매상에서 일하기 시작하다 1899년 20살 성인이 되던 해 자신만의 사업장을 새로 차립니다. 본인의 이름을 따서 '토리이 상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는데요.


도매상에서 일할 때처럼 스페인산 와인을 수입해 내놨지만 '시큼하다' 등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당시 술로 즐기기보다는 약으로 먹는 등 일반인에게 와인은 생소한 사치품이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신지로는 수입 와인, 감미료, 향료의 조합을 반복해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포도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실험을 거듭한 끝에 1907년 '아카다마 포트와인'을 내놓는데요. 원래 포트와인과는 맛, 향기,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일본식 와인이 탄생하는 계기가 됩니다. '아카다마(赤玉)'는 한자 그대로 빨간 구슬이며, 일장기에 나오는 해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신지로는 아사히신문 오사카판에 이 와인 광고를 일본 최초의 누드 포스터로 홍보합니다. 흑백 포스터에서 모델이 들고 있는 유리잔의 와인만 붉은색으로 시선을 끌어당겼는데, 1922년 발표된 이 포스터는 독일의 포스터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1907년 출시된 아카다마 포트와인(왼쪽)과 신문 광고.(사진출처=산토리)

1907년 출시된 아카다마 포트와인(왼쪽)과 신문 광고.(사진출처=산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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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로는 이 와인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위스키 제조에 쏟아붓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이미 40이 넘은 나이었는데요. 당시 일본에서는 위스키의 스모키한 향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고, 이 때문에 국산 위스키 만들기에 도전하게 됩니다.


사실 주류회사에서 위스키 만들기는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양조한 것을 증류해 10~20년 통에 담아 눕혀 완성해야 하는데요. 많은 돈을 들여도 위스키를 상품으로 출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은 이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지로는 포트와인을 팔아 번 수익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가장 첫 증류소를 야마자키에 짓죠. 일본 최초의 증류소는 산토리의 '야마자키 공장'입니다. 직접 공장에서 숙박하면서 위스키에 힘을 쏟았는데요.


교토 남서쪽에 있는 야마자키는 물이 정말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강 세 개가 합류해 안개가 끼는 습한 환경인데, 이 환경도 위스키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하죠.


야마자키 증류소의 모습.(사진출처=야마자키 100주년 홈페이지)

야마자키 증류소의 모습.(사진출처=야마자키 100주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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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공장장으로는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위스키 양조법을 배워 돌아온 다케츠루 마사타카를 앉힙니다. 이 사람은 나중에 홋카이도 삿포로에 크게 걸린 광고판, '니카 위스키'의 창업자가 되죠. 두 사람은 증류소에서 머물며 개량과 블렌딩에 몰두했고, 1929년 일본 국산 위스키 1호 '산토리 위스키 시로후다(白札)'를 발매합니다. 이때부터 산토리라는 이름이 시작됐는데요. 위스키는 모두 아카다마 포트와인이 잘 팔렸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으니, 해를 뜻하는 아카다마의 영어단어 '선'과 본인의 이름 '도리이'를 합쳐 산토리로 지었다고 합니다. 시로후다는 '화이트 라벨'의 한자 표현인데요, 지금의 산토리 화이트 라벨의 원조입니다.


그러나 첫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스카치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일본인에게는 '탄내가 난다'는 혹평을 받았는데요.


이후 시행착오를 거듭해 1930년 산토리 레드, 1937년에는 산토리 위스키 12년을 발매합니다. 이 산토리 위스키 12년은 신지로가 자신 있게 출시한 모델인데, '가쿠빈'의 원조 격이죠. 지금은 산토리의 스테디셀러인데요.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여기에 시로후다가 안 팔리고 창고에 쌓여있던 사이 숙성이 진행돼 향기가 일본인 취향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화이트라벨도 인기 상품이 됐죠. 이 당시 일본이 경제성장에 들어서면서 수요도 대폭 늘었습니다.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죠.


초창기 출시됐던 산토리 위스키 모델들.(사진출처=야마자키100주년 홈페이지)

초창기 출시됐던 산토리 위스키 모델들.(사진출처=야마자키100주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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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로의 뜻을 이어받아 산토리는 계속 이 사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021년도 기준 증류소 157곳을 지었는데,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소규모 증류소에서 다루는 '크래프트 위스키'도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야마자키와 하쿠슈의 증류소는 100억엔을 들여 개조에 들어갑니다. 2021년 4월부터 일본양주조합은 재패니즈 위스키는 '일본에서 나는 물만 사용하고, 통에 담아 3년 이상 일본에서 저장할 것' 등의 기준을 설립하기도 했죠.


일본에서는 와인도 위스키도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를 발명한 신지로. 그의 잘 알려진 명언은 "일단 해봐라(やってみなはれ)"입니다. 결과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악이고, 하지 않는 것이 죄라는 사풍은 여기서 나왔다고 하네요. 지금 산토리는 미술관, 콘서트홀 등 문화 사업에도 나서고 있고, 일본의 국민 커피 보스 등의 브랜드도 모두 가진 대기업이 됐죠. 창업자의 모험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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