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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만 증류주 돌풍인데…K-위스키 막는 주세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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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위스키류 수입액 2.7억달러
52.2% 증가…수출은 1억달러 안돼
K-푸드 호조에도 유독 주류만 약해

가격 높을수록 세금 높은 종가세 채택
고급 주류 생산 경쟁력 떨어져
OECD 국가 대부분 종량세 방식
주류별 단계적 종량세 전환 필요

세계혜택·온라인 판매 허용 통해
전통주 범위 확대, 증류주 시장 활성화

한국 주류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성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퇴근 후 한 잔의 소주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흔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마다 위스키, 브랜디 등 다양한 주류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취향의 다양화와 함께 수입주류가 더 많이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술 수출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주류 부문의 무역적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가 대표 주류를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더욱 강력하게 소개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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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수입주류에 속수무책…무역적자 1.3조원

1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의 국내 수입액은 2억6684만 달러(약 3500억원)로 전년(1억7354만 달러) 대비 5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던 2007년(2억7029만 달러)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해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7월 기준 수입액이 1억5946만 달러(약 2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4735만 달러)과 비교해 8.2% 늘며 수입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입액이 늘고 있는 것은 위스키뿐만이 아니다. 위스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대부분의 해외 유명 증류주들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사탕수수 증류주인 럼의 수입액은 2023년 7월까지 218만 달러(약 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66만 달러) 대비 31.3% 증가했다. 브랜디 역시 같은 기간에 수입액이 29.6% 늘었다. 이 외에도 진(17.9%), 데낄라(16.1%), 고량주(6.7%) 등도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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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산 증류주의 수출 규모는 수입액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소주의 지난해 수출액은 9332만 달러(약 1250억원)로 전년(8242만 달러) 대비 13.2% 증가했고, 같은 기간 리큐르 수출액은 8921만 달러(약 1200억원)로 9.8% 늘었다. 2018년 9757만 달러(약 1300억원) 수준이었던 소주 수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8000만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억 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우리 술 수출이 부진하면서 주류 부문의 무역 적자 폭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산 주류 수출액은 3979억원으로, 2021년(3257억원)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2019년(4047억원) 수준을 밑돈다. 반면 주류 수입액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1조295억원에서 2020년 1조566억원, 2021년 1조3454억원, 지난해에는 1조721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이후 3년 동안 7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출입 불균형이 심화하며 무역수지 적자도 2021년 1조3240억원으로 2019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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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세계 각국의 대표 증류주가 국내 시장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 결과다.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국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K-푸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주류 부문에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희석식 소주가 국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출을 위한 간판 증류주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립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만의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의 성공 사례는 국내 주류 산업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향기를 더욱 확대시켰다. 카발란 증류소는 2005년에 설립돼 2008년에 첫 위스키를 출시했으며, 2013년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골드 메달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신생 위스키 생산국 중 최초로 ‘올해의 증류소’에 올랐다.


대만 위스키 '카발란'

대만 위스키 '카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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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주류에 더 붙는 주세…고급 증류주 성장 저해

일본과 대만이 세계적인 수준의 위스키를 만들고 중국 역시 고량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대표 증류주가 부재한 건 고급 증류주가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주류산업 선진국들과는 괴리가 있는 우리 주세법 체계가 있다. 우리 주세법은 소주와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가격이 높은 술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게 되는 과세 체계다. 특히 증류주의 세율은 72%로 약주·청주·과실주 등 발효주(30%)보다 세율이 높아 가격상승에 더욱 취약하다.


예를 들어 국내 출고가 10만원인 위스키 한 병에 현행 과세 체계를 적용하면 주세 7만200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간접세로 주세의 30%인 교육세(2만1600원)가 붙고, 부가세 10%(1만9360원)까지 더해지면 최종 가격은 2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뛴다. 과세표준의 두 배 이상으로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는 셈이다.


이러한 종가세와 반대되는 과세 체계가 술의 용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을 제외하고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해선 종량세로 과세 체계를 전환했다.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해 출고가가 오르면 세금도 같이 오르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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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주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으로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고급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를 만들 유인이 그만큼 떨어지는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오랜 기간 숙성하거나 고가의 재료를 사용할수록 출고가가 인상되고, 이는 큰 폭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산비용이 아닌 세금으로 인한 판매가격 상승은 결국 제품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품의 실제 가치와는 무관한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 것이기 때문이다.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 현 주세 체계는 국산 위스키를 만드는 데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높은 세율과 제조 비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K-위스키를 표방하는 골든블루가 부산 기장에 위스키 생산공장을 두고도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수입해 호주에서 병입해 들여오는 게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비용을 투입할수록 높은 세율로 인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심화되는 현행 종가세 체계는 고급 증류주 사업의 수익성을 낮춰 사업성 훼손이라는 결과를 낳게 했고, 궁극적으로 국내에서 고급 증류주의 성장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종가세 주세 체계에서는 고품질의 증류주 제품을 생산하기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맥주와 탁주에 대한 종량세 적용을 추진할 당시 증류주를 비롯한 전 주종에 대한 도입을 검토했었던 만큼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종량세 도입도 차근차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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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에 막힌 K-증류주…변화 위해선 시장성 키워야

국가대표 증류주를 육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세체계를 종량세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희석식 소주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위스키 등 고가주는 세금이 줄어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희석식 소주 등 저가주는 세 부담이 올라가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소주가 서민들이 즐기는 대표 주류라는 점과 이로 인해 정부가 물가 안정책을 취할 때마다 살피는 주요 품목이라는 점은 종량세 전환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주는 지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맥주·탁주에 이어 나머지 발효주부터 시작해 증류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전환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종가세가 적용되고 있는 약주·청주·과실주 등의 발효주는 같은 주종 안에서 가격별 편차가 증류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반대의견을 설득하기에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주종 간 형평성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제 개편 논의를 음주로 인한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차원으로 접근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ECD 국가 대부분 종량세를 채택한 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종량세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도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가중시킬 수 있는 술이라는 의미이니 그에 비례해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화요'는 생산 주체인 광주요그룹이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아니어서 전통주산업법상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화요'는 생산 주체인 광주요그룹이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아니어서 전통주산업법상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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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완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통주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 지역특산주의 범위를 넓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게 해 증류주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주세 50% 감경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주류(민속주),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민속주), 농업경영체와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인접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주류(지역특산주) 등 3가지 항목 중 하나에 해당하는 술을 말한다.


업계는 이 가운데 지역특산주 지정 요건을 확대해 위스키 등 다양한 해외 주종과 일반 주류업체들도 전통주의 범위 안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급 주류의 제조와 판매 유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다양한 술이 시장에 출시되고, 시장 내 평가를 통해 부실한 제품은 걸러지고 검증된 제품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 지정은 수출을 목표로 하는 업체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라며 "한국에서도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술을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탈피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품질의 국산 술을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시장이 커지고 해외에도 내보낼 만한 제대로 된 제품도 나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낮고 인기가 없는 술을 해외에 파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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