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님들께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선수를 에이스라고 생각하세요?"
대체로 오는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자기 순서가 되면 꾸역꾸역 등판하여 한결같은 공을 던져주고 가는 선수. 그들을 최고의 선수로 꼽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직원이 좋은 직원입니까?"
기업의 CEO들께도 비슷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되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조직에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꾸역꾸역 출근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직원.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꾸역꾸역. 언제부터인가 저에게 이 말은 존경과 감사를 담은 표현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예쁘든 아프든 모자라든 부모는 꾸역꾸역 사랑을 주고, 선생님은 꾸역꾸역 바른길을 가르칩니다. 가게 사장님들은 꾸역꾸역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버스 기사님은 꾸역꾸역 제시간에 도착하며, 군인은 꾸역꾸역 훈련장에 가고, 지휘자는 꾸역꾸역 지휘봉을 잡습니다.
우리의 순조로운 일상이 매일 누군가가 꾸역꾸역 해내는 일 덕분에 이루어진다는 건 경이롭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날씨처럼 바뀌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소나기처럼 혹독한 시련은 하루가 멀다하고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꾸역꾸역 할 수 있는 이 엄청난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로또 당첨이나 노벨상 수상 같은 대단한 행운이 아닙니다. 학자들은 단단한 근육이 매일 살짝 부킹되던 작은 행복에서 나온다고 확신했습니다.
보란 듯이 희망이 엎어지고, 좌절이 예정되어 있고, 몇 번이고 모든 걸 엎어버리고 싶은 때에도 우리 마음속 장부에는 희미한 바를 정자가 새겨지고 있습니다. 사소한 식사, 소소한 수다, 별 의미 없어 보여도 기분 좋아지는 장난, 심지어 매일 같은 길을 발 딛고 걷는 행위까지도 질긴 힘줄처럼 얽히고설켜 강인한 근력을 만든 것이지요.
-김경일, <마음의 지혜>, 포레스트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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