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폭우로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 등 국가유산 피해 속출

국가지정문화재 피해 사례 서른네 건 발생

장마철 집중호우로 보물 석탑의 석축이 무너지는 등 국가유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국가지정문화재 피해 사례는 서른네 건 발생했다. 전날 같은 시간에 집계된 스물일곱 건보다 일곱 건 더 늘었다. 지정 별로는 사적이 열아홉 건으로 가장 많았다. 천연기념물·국가민속문화재는 각각 다섯 건, 명승은 세 건, 보물·국가등록문화재는 각각 한 건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여덟 건으로 가장 피해가 컸다. 충남은 일곱 건, 전남은 여섯 건, 전북은 네 건, 강원은 세 건, 충북은 두 건, 서울·부산·광주·경기는 각각 한 건이다.

피해를 본 보물은 고려 전기 세워졌다고 추정되는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이다. 석탑과 2m가량 떨어진 석축이 약 10m 정도 무너졌다. 문화재청은 추가 피해를 막고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가민속문화재인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거센 비로 가옥 네 채의 담장이 파손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 테이프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삼국시대에 축조됐다고 추정되는 화성 당성(사적)은 성벽 외곽이 3m가량 무너져 내렸다. 화성시 측은 관람객 출입을 통제하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북에서는 진천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사적)이 상처를 입었다. 경사면 일부와 소나무가 유실돼 토사 제거 및 배수로 정비작업이 한창이다. 익산 나바위성당(사적)은 나무가 쓰러져 출입이 통제됐고, 나주목 관아와 향교(사적)는 담장 일부가 무너져 안전 펜스가 설치됐다. 문경새재(명승)는 1관문 배수로 일부가 유실됐고,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명승)은 하천 범람으로 주변 가로등·조명·난간·나무 등이 떠내려갔다.

이 밖에도 공주 석장리 유적(발굴지 침수), 부여 왕릉원(서고분군 2호분 사면 유실), 부여 부소산성(군창지 경계 펜스 및 탐방로 훼손), 부여 여흥민씨 고택(행랑채 외벽 벽체 파손),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토사 유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사면 붕괴 및 토사 유실), 칠곡 매원마을(승산댁 대문채 붕괴), 봉화 송석헌 고택(법면부 세 개소 붕괴), 인제 미산리 개인 약수(용출구 연접 석축 붕괴), 인제 한계산성(상성 천제단 석축 일부 붕괴), 광주 환벽당 일원(소나무 전도),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 숲(문화재 보호책 50m 파손 및 측백나무 열 주 피해), 순천 선암사(해천당 기와 탈락 및 무우전 담장 붕괴), 나주 우남고택(협문 담장 붕괴), 부산 연산동 고분군(수목 전도), 순천 낙안읍성(관아동 내아, 동헌 기와 탈락 및 민가동 침수), 의성 사촌리 가로숲(수목 전도), 의성 제오리 공룡 발자국 화석단지(보호각 지붕 파손), 창덕궁(인정전 배면 화계 담장 15m 붕괴) 등이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 측은 "복구 현황을 파악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신속한 조치를 독려하고 있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보수 신청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긴급 보수 예산 잔액은 10억9600만 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