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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미술관]⑦우키요에, 에도에서 꽃 핀 일본 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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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에 유행한 일본 목판화로 대량 생산 가능
미인도, 일상, 풍경 등 대중의 다양한 관심사 다뤄
참근교대제로 중앙집권체제 강화…우키요에 전국적 유행
화폐경제 발달로 자본주의체제 씨앗 움터

에도 명소 100경-신 오하시 다리의 소나기, 안도 히로시게

에도 명소 100경-신 오하시 다리의 소나기, 안도 히로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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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오는 날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시작합니다. 찬찬히 살펴볼까요? 비가 쏟아지는 목조 다리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마치 빗속을 헤치며 빠르게 걸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배경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고, 목조다리는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뻗습니다. 우리의 눈도 오른쪽을 향하게 됩니다. 빗줄기는 수직으로, 그림의 구도는 수평으로 교차하며 역동적인 동선을 만듭니다.


색감도 경이롭습니다. 그림 가장 윗부분을 볼까요? 검은색으로 먹구름을 표현했습니다. 이어지는 회색은 흐린 날씨를, 그 아래 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형태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강물도 색으로 수심을 표현했습니다. 짙은 파란색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차가워진 수온까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하늘부터 강물까지 오직 색의 농담만으로 처리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 유명한 안도 히로시게의 '신 오하시 다리의 소나기'라는 작품입니다. 안도 히로시게는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우키요에 화가입니다.


'시나가와에서 파도 뒤로 보이는 후지산'(후가쿠산쥬록케이 中), 니시키에,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

'시나가와에서 파도 뒤로 보이는 후지산'(후가쿠산쥬록케이 中), 니시키에,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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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란 에도(현재의 도쿄) 시대에 유행했던 일본 목판화입니다. 'K-팝'처럼 당시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예술 장르입니다. 초기에는 둔중한 붉은색 위주로 작품을 완성했으나, 18세기에 들어서며 화사한 색채로 발전합니다. 화가들은 원근법이나 입체감보다 형태나 선 등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평면적 구성,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 굵은 윤곽선 등이 특징입니다.


두 번째 우키요에는 에도 말기를 대표하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입니다. 우키요에는 일본 전역에서 유행합니다. 목판화라 대량 생산이 가능했고, 그림 주제도 풍경, 미인도, 일상 등 대중에게 익숙했기 때문이지요. 일본뿐 아니라 유럽으로 건너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오늘은 일본 이야기로 범위를 좁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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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가 전국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정치·사회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근교대제'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참근교대제란 지방의 영주(다이묘)를 1년간 에도에 머물게 하고, 이듬해 고향에 내려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관례적으로 행해졌던 인질 제도였으나 에도 막부 3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1635년 공식화합니다.


참근교대제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에도를 중심으로 전 일본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에도시대는 지방분권적 성향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전국성을 인식하는 시기라고 역사학자들은 평가합니다. 그래서 우키요에라는 회화 문화가 일본 전역에 빠르게 유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파급 효과도 컸습니다. 참근교대제는 기본적으로 수백 명이 이동하는 대규모 원정길이었습니다.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도로를 정비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당연히 에도를 중심으로 도로와 물류망을 정비하고, 주요 길목에 물자 수송을 위한 물류업자가 생겨났습니다. 이동하는 데 숙박과 경비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숙박시설과 상업지가 조성되고 자연스럽게 화폐 경제도 발달했습니다.


실제로 3대 웅번 중 하나인 사쓰마 번은 588명이 73일간 1644㎞를 이동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이 쓴 비용을 현재 화폐로 환산하면 이동에 든 비용만 6억8000만엔(약 62억3573만원), 에도 체재비를 포함하면 21억엔(약 192억5742만원)이 사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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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각 번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재정지출의 50~60%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다이묘 일행들의 지출은 곧 상인과 노동자들의 수입으로 이어졌지요. 동시에 다이묘들은 참근교대제 비용 마련을 위해 오사카 등 상인들에게 쌀을 담보로 화폐를 융통하게 되고, 일부 다이묘는 영지의 이권을 상인에게 제공하면서 신분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됩니다.


흔히 일본 근대화의 시작점으로 '메이지 유신'을 꼽습니다. 메이지 유신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개혁이 아닙니다. 참근교대제를 통해 에도시대부터 화폐경제가 발달했던 일본입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이 확대됐고, 서민들의 소비력도 향상됐지요. 에도시대에는 이미 자본주의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키요에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지난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에도시대 스미다강의 도시풍경' 전시입니다. 우키요에를 통해 본 에도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현대 도시의 틀을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꽃놀이, 불꽃놀이, 맛집 투어 등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에도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나라입니다. 일본에 대해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그림으로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우키요에>, 오쿠보 준이치 지음, 이연식 옮김, AK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뿌리와 이파리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박훈, 민음사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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