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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비대면진료]①“주말 밤 160km 거리서 원격진료…이젠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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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비대면진료]①“주말 밤 160km 거리서 원격진료…이젠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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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아이가 토요일 저녁에 이유식을 먹고 다음날 새벽 온 몸에 처음 보는 두드러기가 났어요. 일요일이어서 근처 문을 여는 소아과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맘카페 조언을 받아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진료를 봤어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윤희진씨(35)는 한 겨울이던 지난 1월에 있던 비대면 진료 체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윤씨는 일요일 집에서 160여㎞ 떨어진 대전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비대면 진료가 사라지면 응급실을 찾아야만 한다. 윤씨는 "아기가 아파서 우는데 당장 약이 없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며 "의사 선생님이 아이 피부를 한번 보시고는 긴급히 알레르기 약을 처방해 주었다"고 말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아기 사진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아기 사진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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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현모씨는 회사에 출근 후 급성 장염을 앓았을 때 회사 내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배달로 받았다. 당시 현씨는 팀 프로젝트가 한창이어서 반차조차 엄두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3년간 비대면 진료를 한 번 이상 경험해 본 이용자 중 10명 중 9명은 재이용하고 10명 중 6명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진료가 어려울 때 비대면 진료가 '구원자' 역할을 했지만, 다음달부터 시범사업으로 바뀌면서 제약이 많아진다. 해당 의료기관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환자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금지되고, 약은 지정 약국에서 직정 수령해야 한다. 전신영 닥터나우 홍보총괄이사는 "당장 진료가 필요한 영·유아와 일과 중 외출이 힘든 직장인들에게 비대면 진료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시범사업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 상당수가 존폐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절차가 복잡해지니 비대면 진료를 지속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의료기관이 갖고 있는 환자 의료정보를 플랫폼이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당장 초진·재진 구분이 어렵다. 이는 개인정보보호 등과 관련한 법 개정 사항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범사업안을 두고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제외한 기타 질환은 30일 이내 같은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진료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나친 규제라는 것이다. 해당 의료기관이 절차 복잡성을 이유로 비대면 의료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접근성은 더 떨어진다. 의약품 배송이 금지된 점도 비대면 진료의 본질을 훼손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절충안을 이번 주에 확정해 3개월 계도기간을 둔 시범사업을 내달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기간 1300만명이 이용한 비대면 진료의 후퇴는 불가피해졌다. 비대면 플랫폼 기업 등으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공개한다.

이에 견줘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약 3단체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초·재진 여부를 떠나 소아과는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질환의 경우 자해, 자살기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반대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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