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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트로피 넘볼 만한 칸영화제 진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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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괴물' 부상
'메이 디셈버', '애스터로이드…' 등도 주목

칸국제영화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탄생했다. 배경에는 파시스트 정부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필름 선정 등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 속에 '정치성이 아닌 순수한 예술성의 추구'라는 표어를 전면에 내걸었다. 순수 예술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예술적 뜻은 결코 순수할 수 없다. 이는 '정치성 배제'라는 말도 마찬가지. 1950년대 말 정치·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발전한 누벨바그 역시 과장되고 판에 박힌 지난 20년간의 스타일과 결별하고자 했으나 주류 대중의 취향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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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흐름은 지난 몇 년간 가속화됐다. 칸은 더 이상 아트 시어터가 아니다. 더 많은 대중영화를 상영하며 영역을 확장한다. 반대로 미국 아카데미는 근래 예술영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1955년 '마티' 뒤 64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기생충)에 작품상을 안길 정도다. 지난 5년간 작품상 후보에 오른 칸국제영화제 상영작도 일곱 편이나 된다. '블랙클랜스맨', '기생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드라이브 마이 카', '엘비스', '탑건: 매버릭', '슬픔의 삼각형' 등이다.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쿠엔틴 타란티노, 하마구치 류스케, 루벤 외스틀룬드 등은 감독상 후보에도 가세했다. 올해는 어떤 영화가 양다리를 걸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을까. 후보군을 살펴본다.

▲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오늘날 미국 시스템이 확립되기 시작한 1920년대가 배경이다. 석유가 솟아나는 중남부 지역에서 1인당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부유한 인디언들이 수년에 걸쳐 살해당한다.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범인을 찾지 못한 죽음만 스물네 명. 경찰은 물론 검사, 판사, 영향력 있는 정치인조차 믿을 수 없다. 막 태동한 FBI의 특수요원 톰 화이트는 기이한 죽음의 도시에 투입돼 정의를 되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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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추적 기자인 데이비드 그랜의 '플라워 문'이 원작이다. 과거의 질서와 근대 세계가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던 시공간에서 미국의 본질을 읽어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FBI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수사 체계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친다. 금욕적인 텍사스 레인저, 부패한 사립 탐정, 무시무시한 갱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그리며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밝혀낸다.

보편적 울림을 갖는 주제는 오스카 트로피를 품었던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나타난다. 로버트 드 니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랜든 프레이저 등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대거 출연해 사실성을 높인다. 제작에는 2억 달러(2657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전해진다. 러닝타임도 무려 3시간 26분이라고. 하지만 파라마운트와 애플TV는 흥행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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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문은 비극의 시대를 시적으로 포착한 말이다.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키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빛과 물을 훔쳐 가는 5월을 '꽃을 죽이는 달(플라워 킬링 문)'이라고 불렀다. 이 영화에서는 빛과 그늘,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상징한다. 뉴욕타임스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처절할 정도로 슬프다. 뼈를 오싹하게 하는 공포 요소까지 담긴 진정한 범죄 미스터리"라고 호평했다.


▲ 애스터로이드 시티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다. 제목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운석이 떨어진 가상의 사막 도시 이름이다.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벌어진다. 이 영화는 축제를 찾은 학생, 학부모 등 방문객들이 UFO와 외계인의 출현으로 옴짝달싹 못한 채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예측불허 상황들을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 등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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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전 화려한 캐스팅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미국의 국민배우인 톰 행크스를 비롯해 제이슨 슈왈츠먼, 스칼렛 요한슨, 제프리 라이트, 브라이언 크랜스턴, 마야 호크, 스티브 카렐, 마고 로비, 토니 레볼로리, 윌렘 대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앤더슨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도 가세했다. 촬영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오스카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로버트 요먼이 맡았다.


예고편은 예기치 않게 발이 묶이는 방문객들과 유명 인사들의 목격담, 외계 침공에 대한 의심 등이 주를 이룬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미술.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담 스톡하우젠이 아담한 사막 풍경에 베이지 톤을 입혀 1950년대의 복고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좌우 대칭, 감각적 패션·폰트 등과 어우러져 또 다른 심미감을 전달하리라 기대된다.


▲ 메이 디셈버


'아임 낫 데어', '캐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엘리자베스가 영화 배역을 연구하기 위해 조지아에서 그레이시의 삶을 관찰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레이시는 20년 전 스물세 살 연하 조와의 결혼이 타블로이드에 실려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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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블랙 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이 엘리자베스, 2015년 '스틸 앨리스'로 같은 상을 품은 줄리앤 무어가 그레이시로 각각 분해 호흡을 맞췄다. 조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겸 배우 찰스 멜튼이 연기했다. 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세 배우를 모두 오스카 연기상 후보로 언급했다. 평론가 리차드 로슨은 멜튼을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와 비교하며 "특별히 눈에 띈다"고 밝혔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나치 장교가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 담장 너머에 있는 집과 정원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 지난 20일 별세한 영국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정교하고 재치 있게 다룬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언더 더 스킨' 뒤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현실적 대비로 인간성의 깊이와 모순을 파헤쳐 평론가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관음적 시선이 느껴지는 촬영과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등으로 기술적 완성도 역시 빼어나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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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저 감독은 폭력의 열매를 즐겁게 누리는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들과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평론가 니콜라스 벨도 "문명의 궁극적 퇴보를 이해하기 위한 임상 조사에 가까운 영화"라며 "심연을 정확히 응시해야 재발을 막는 예방 접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괴물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복귀작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브로커' 등 해외에서 작업을 이어오다 자국으로 돌아가 사카모토 유지와 손을 잡았다.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당신을 울리는 사랑' 등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의 각본을 쓴 작가다. 소년들의 싸움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세계를 장본인들은 물론 어머니, 선생님 등의 시선으로 나눠 풀어낸다. 안도 사쿠라를 비롯해 나가야마 에이타, 구로카와 소야, 다카하라 미츠키, 나카무라 시도 등이 출연한다. 음악은 지난 3월 별세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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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루벤 바론은 "감정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온전한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평론가 리차드 로손도 "은밀한 고통을 우아하고 세심하게 제기하며 억압이 주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고 극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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