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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세련된 中 산업정책, 계속 밀리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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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세련된 中 산업정책, 계속 밀리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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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중간재를 수입해서 미국과 유럽에 완제품을 팔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서 스스로 중간재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중국은 첨단제조업 분야에서도 급속히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중앙정부의 전략적 결정과 판단,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정부의 지원과 경쟁, 국유·민영기업들의 막대한 투자 등이 적절히 결합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태양광 패널에서 시작된 이러한 방식은 이제 이차전지에서 다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괴로운 것은 우리가 2000년대 중반부터 신성장동력 등의 이름을 붙여가며 투자해왔던 분야에서 중국과 계속 충돌하고,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경쟁과 지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면 초반에는 보조금과 지원금을 골고루 나눠준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살아남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당근을 제시하면서 투자 확대와 기술력 향상으로 이끌어낸다. 일정부분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등장하면 막대한 내수 시장을 토대로 한 수요 촉진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서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우고 외부와의 경쟁에 대한 적절한 보호책을 제공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몸집도 키우고 기술력도 확보한 중국의 업체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다.

중국 정부는 끊임없이 전후방 연관산업과 원료수급 등 전체적인 생태계를 챙기고, 기회를 찾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풍부한 인력풀을 토대로 한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세부 분야마다 충분히 포진해있고, 정부 관료들은 이러한 판의 흐름을 이해할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일본의 산업정책을 모방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었다. 우리나라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스케일업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있었다. 기업 단위에서 조 단위 투자를 빠르게 결정하고, 시행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미국과 유럽이 기초연구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고 공정 기술의 가치를 간과하는 사이에 우리는 현장에서 이를 터득하고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그러면서 기초연구 영역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하나씩 갖춰왔다.


중국은 우리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우리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방향 제시와 지방정부의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 왔다. 중국 지방정부의 과도한 투자는 비효율과 부채의 누적일 뿐이라는 비판도 타당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성과도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노하우의 축적과 선순환이 반복되면서 모든 산업영역에서 자신감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있다. 아니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도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으로 상대를 낮춰보다가 어느 순간 과도한 비관에 사로잡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로 향하는 발목을 잡는 것을 우리는 일본의 사례에서 충분히 보았다. 우리도 같은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과의 경쟁은 쉽지 않으며 향후 5년이 우리에게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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