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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미래] 서울은 항구였다…마포人 얼굴이 거멓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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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휴전선 그어지며 서해뱃길 막혀
먹고살 길 잃은 새우젓장수, 소금장수
그나마 있던 나루터들 한강다리 생기며 폐쇄

[서울의미래] 서울은 항구였다…마포人 얼굴이 거멓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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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도 마포 사람을 찾아냈다고 한다.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동명연혁고’의 마포구편에 나오는 ‘마포 새우젓장수, 왕십리 미나리장수’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선시대에 구전하는 이야기로, 목덜미가 까맣게 탄 사람을 왕십리 미나리장수라 하였고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을 마포 새우젓장수라 하였다. 그 이유는 왕십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미나리를 팔러 오려면 아침 햇볕을 등에 지고 와 목덜미가 햇볕에 탔기 때문이고, 마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새우젓을 팔러 오려면 아침 햇볕을 앞으로 안고 와 얼굴이 햇볕에 새까맣게 탔기 때문이다."

해방당시의마포나루터(사진=국가기록원)

해방당시의마포나루터(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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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서해뱃길로 통하던 항구"

이처럼 조선 초기에 형성된 마포는 과거 서해로 뱃길이 통하는 서울에서 가장 큰 포구였다. ‘서울은 항구’였던 것이다. 서해에서 올라온 새우젓, 소금, 생선 등은 마포를 거쳐 서울 곳곳은 물론 강원도 일대, 경상도 내륙지방까지 퍼져나갔다. 해주와 평양에까지 상권이 닿을 만큼 그 영향력이 컸다. ‘마포 사람들은 맨밥만 먹어도 싱거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 이후 남과 북을 가른 휴전선이 한강 하류를 가로막으면서 서해로 통하던 뱃길이 끊겼고, 마포나루는 하루아침에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마포 사람들이 더는 얼굴을 햇볕에 태우며 새우젓이나 소금을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서해뱃길에 밥줄을 건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한강 이남과 이북을 잇기 위해 나루터는 1960년대까지 존재했다. 마포·광진·서강·송파·노들·양화진 등은 모두 교통의 요충지였다. 강을 건너야 하는 장사꾼이나 학생, 직장인은 매일 같이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사공들은 강물이 얼어붙는 한겨울이 아니면 쉬는 날 없이 배를 움직였다. 한밤중 거나하게 술에 취한 이가 불러내면 한 사람을 위해 노를 젓기도 했다.


하지만 승객이 물에 빠지고, 배가 뒤집히는 사고들이 잇따랐고 한강 다리가 생기고 서울이 도시화를 거치며 나루는 점점 종적을 감췄다. 평생 터전이라 생각한 일자리를 잃은 뱃사공들은 새 직업을 찾아 가거나 다른 지역의 나루로 떠나야 했다.

끊겼던 서해뱃길 다시 열린다

서울이 ‘나루 없는 도시’가 된 이후 50년이 흘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2.0을 추진하며 나룻배에서 다리로 옮겨간 한강 종단의 기능을 이제는 공중의 곤돌라로 분산하려 한다. 그리고 끊겼던 서해뱃길을 다시 열고 2026년 서울항을 조성해 ‘항구로서의 서울’을 되살리려고 한다. 배는 소금을 운반하는 대신 국내·해외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는 수단이 된다.

오 시장으로서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그는 2006년 첫 임기 때 구상한 ‘한강 르네상스 1.0’과 연계해 대형 여객선이 운항할 김포~용산 뱃길과 여객선 정박을 위한 항구를 용산과 여의도에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의회가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항 조성 계획은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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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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