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철도공사, 터널보다 큰 기차 '황당 주문'에 여론뭇매

논란 확산으로 철도사 대표·교통부 차관 등 줄사표
새로운 열차 설계 주문…2~3년 지연될 예정

스페인 기차역의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준란 기자]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가 철도망의 터널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훨씬 큰 신형 열차를 주문한 사실이 들통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DPA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교통부가 북부 지역 아스투리아스와 칸타브리아 자치주에 투입할 협궤 열차 31대를 주문한 건 지난 2020년이다. 총 2억5800만 유로(3349억원) 규모를 철도차량 제조업체 CAF에 주문했다.

하지만 주문한 열차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열차 제작에 나선 CAF는 이듬해 3월 렌페가 주문한 열차 규격이 이상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렌페가 요청한 철도의 사양이 철도망에 있는 일부 터널의 폭보다 훨씬 커 운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열차가 투입될 스페인 북부 산악 지역의 철도망은 19세기에 지어져 터널 크기가 다양하고 현대 규격에 맞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같이 황당한 행정 사고는 지난달 말 현지 언론 엘코메리코 등을 통해 폭로됐다. 철도 공사가 철도망에 있는 터널의 크기를 확인도 하지 않고 더 큰 열차를 주문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공분이 일었다.

교통부는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열차가 본격 생산되기 전에 문제가 발견된 만큼, 추가 혈세가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책임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 렌페의 아시아이스 타보아스 대표, 이사벨 파르도 교통부 차관 등이 관련 논란으로 사퇴했다. 철도 운영사 아디프의 담당 고위직 2명도 이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통부는 열차 제조사에 터널 크기에 맞춘 새로운 설계를 요청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최소 2~3년 지연될 전망이다.

김준란 기자 loveways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