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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혼모 '강도'행세하다가 체포…"암흑 알바하다 범죄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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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강도에 SNS로 모집한 일반인 대거 연루
고액 아르바이트…피해는 없다며 실행역 모집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최근 일본에서 범죄 조직이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알선해 일반인에게 강도행위 등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이른바 '암흑 아르바이트(闇バイト)'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주로 돈이 필요한 미혼모, 신용불량자, 대학생 등이 해당 사건에 연루돼 범죄자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마이니치신문은 암흑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던 신용불량자, 미혼모, 대학생 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 조직에 동원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작년 5월부터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 등 전역에서 30건 이상 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는 연쇄 강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암흑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일반인도 연루되면서 심각성이 알려졌다.

범죄 조직은 SNS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 실제 피해가 가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모집했다. 지시를 내리는 사람들은 가명으로 행동을 지시해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이번 연쇄 강도 사건의 경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루피'를 자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강제송환된 연쇄 강도사건 용의자.(사진출처=일본ann뉴스)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강제송환된 연쇄 강도사건 용의자.(사진출처=일본an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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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는 암흑 아르바이트로 체포돼 재판이 진행 중인 미혼모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남편과 이혼해 장애가 있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었고, 벌이가 마땅치 않아 텔레그램 등 SNS에서 '실제 강도가 아닌 강도 행세만 잠깐 해주면 300만엔(약 29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했다.


지시자는 "시계방에 침입해 시계를 훔치는 시늉을 해라. 어차피 보험금을 받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가게 주인과 각본을 다 짰다. 가게에 피해가 가는 것은 없다"며 시계를 훔쳐 배낭에 넣고 도망칠 것을 지시했다. 당시 그와 함께 시계방 절도에 나선 사람은 총 8명이었다.

그러나 약속한 보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절도한 시계를 배달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상부에 배달하던 중 괴한에게 습격당해 모두 빼앗겼다"고 했고, 지시자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수를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제야 그는 본인이 이용당했음을 깨달았고 결국 체포됐다.


조사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루피로 불리는 사람에게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벌어진 연쇄 강도 사건 지시자의 이름과 같다. 교토 경찰은 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쿄 경시청에서 설명하는 '암흑 아르바이트'. 현금 운반, 출금 등을 지시하는 경우 암흑 아르바이트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출처=도쿄 경시청 홈페이지)

도쿄 경시청에서 설명하는 '암흑 아르바이트'. 현금 운반, 출금 등을 지시하는 경우 암흑 아르바이트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출처=도쿄 경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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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사 당국은 암흑 아르바이트가 다단계처럼 성행하고 있어 배후를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SNS로 게시글을 찾아 들어오는 것을 넘어 주변인에게 권유받아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사례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날 TV아사히는 도쿄의 한 30대 남성이 암흑 아르바이트에 지원, 경찰관을 사칭해 70대 여성으로부터 현금을 인출하게 만들다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친구에게 좋은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소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 수법은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중이다. 지난달 19일 도쿄의 한 주택에서는 90대 할머니가 암흑 아르바이트로 추정되는 실행역에게 살해당했다.


범죄 조직은 실행역, 상부와 의논하는 조정역 등 복잡한 구조로 설계돼있어 소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근거지가 일본이 아닌 점도 수사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국은 지시자들의 전화가 필리핀 국제번호로 오는 점을 토대로 조직이 필리핀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본 경찰이 일본인 조직책 2명을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강제 송환했다. 그러나 용의자들 일부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범죄 조직 두목으로 추정되는 루피 검거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강도 사건으로 일본이 불안감에 빠지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말 "철저한 수사로 해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대형 통신사 4개 단체는 암행 바이트 관련 글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업무 내용을 밝히지 않고 고액 보수를 주겠다는 글 등이 올라오면 신속하게 이용자에게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삭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이트 운영사에 직접 삭제를 요구하는 등의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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