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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조세정의와 저항, 그리고 금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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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김하수씨는 3억원에 샀던 주식을 2억원에 팔았다. 무려 1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증권거래세 46만원은 내야 한다. 이고수씨는 1억원에 샀던 주식이 2배로 올라 2억원에 팔았다. 1억원을 벌었지만 거래세 46만원만 내면 된다.

1억원의 투자손실을 본 김하수씨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억원의 투자수익을 거둔 이고수씨는 22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첫 사례는 현재 한국의 주식투자 과세 방법이다.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매도액의 0.23%를 세금(증권거래세)으로 내야 한다. 다음 사례는 미국의 방식이다. 250만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이 부과된다.

어떤 방식이 공정할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생각하면 미국식 양도세를 택하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내년부터 신설되는 5000만원을 초과하는 투자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가 공정하지 못한 세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투세가 외국인과 기관은 배제하고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이유에서다. 맞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 부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도 할 말이 있다. 이들은 법인세를 내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내는데 금투세까지 낸다면 이중과세가 된다.


다만 금투세를 신설하는 대신 거래세를 0.15%까지 낮추기로 했는데 이 부분의 과실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 대부분 돌아갈 것이란 지적은 일리가 있다. 매매 규모가 천문학적인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거래세에 더 민감하다. 1조원어치를 팔았을 때 지금은 23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2025년에는 15억원만 내면 된다. 거래세가 낮아지는 만큼 높은 거래세 때문에 구사하기 힘들었던 고빈도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등 매매전략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가뜩이나 기관에 비해 약세인 개인들이 거래세가 낮아지면 더 불리해진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금투세 신설이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매년 연말만 되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 금투세를 내게 될 투자자의 숫자는 1%를 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시장이 좋았을 때 통계니 올해처럼 시장이 어려울 때라면 그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다. 금투세를 반대하는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금투세를 낼 확률이 매우 낮다. 하지만 부자가 내는 세금보다 내 주식이 내리는 데 더 민감할 수도 있다. 부자들의 세금 걱정이 아니라 그로 인해 내 주식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의 가장 강력한 이론적 뒷배는 조세정의다. 정의를 앞세우다 보니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이를 공공연하게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금투세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유예하자는 쪽은 시장과 개인투자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 논리는 실제 위력이 강하다. 그간 금투세 시행은 몇 차례 미뤄졌고, 조건도 완화됐다. 대만의 경우, 주식양도세를 시행했다가 시장이 급락하자 이를 폐지하기도 했다. 조세정의를 앞세운 정책이 조세저항에 밀린 셈이다. 한 달 남은 금투세, 이번에는 안착할 수 있을까.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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