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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생환 광부들 대부분 현업 복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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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시간 만에 생환한 봉화 광부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트라우마 남아 힘들고, 회사 측도 현업 복귀 말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7일 오후 입원 중인 안동병원에서 일반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7일 오후 입원 중인 안동병원에서 일반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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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지난달 26일 발생한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가 광산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두 광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두 광부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 처방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생환한 작업반장 박정하씨(62)는 가족과 지인에게 "당시 고립 상황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며 "앞으로 광산 현장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반장은 "지도감독기관은 광부들이 지하 막장에서 안전하게 일해도 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며 "광부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잠시 쉬었다가 광산 근로자들을 위한 활동을 다시 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박 반장은 강원도 정선군 광산 근로자 복지 관련 단체에서 10여년 동안 일한 바 있다.


광산 매몰로 오랜 시간 지하에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광부들 대부분은 탄광으로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967년 8월 충남 청양군 구봉 광산에서 매몰 사고를 당한 광부 양창선(당시 36세)씨는 사고 후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탄광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하 125m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조돼 우리나라 광산 사고 사상 최장 기간 매몰됐다 생환한 광부로 기록됐다.


광부 이옥철(당시 34세)씨도 탄광은 떠나지 않았으나 사무직으로 전환했다. 이씨는 1981년 1월 경북 문경 은성광업소에서 사고로 매몰돼 5일(115시간)간 고립됐다 살아났다. 그는 구조된 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다시 갱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회사 측이 사무직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70∼80년대 강원도 태백 일대 탄광에서 발생한 매몰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광부들도 대부분 현업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광산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분들이지만 결국 트라우마 때문에 쉽사리 탄광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생환 광부들이 설사 원한다고 해도 회사 측이 선뜻 채탄업무를 맡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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