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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사람을 공부하는 직업, 진실성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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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배우 서현철 인터뷰
'그날들' 이후 2년여 만의 대학로 무대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 연기력보다 진실성"

인터뷰_배우 서현철./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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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연기는 비록 가짜지만 이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연기자는 진실함이 가장 중요하다.”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로 2년여 만에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 배우 서현철은 사실 바깥 극(劇)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 연기력보다 진실성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배역을 맡은 와타나베는 재일 조선인 2세이자 야쿠자로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제작하고자 한국의 영화감독 만춘을 일본으로 불러들이는 인물이다. 장항준 감독의 원작 제목은 ‘사나이 와타나베 완전히 삐지다’ 였을 만큼 반전 매력이 예고된 캐릭터다.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초연 때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오히려 얽매이지 않아 배역에 임할 때 좋았다”며 “재일교포의 아픈 삶을 그리고 있지만, 마냥 슬픈 작품이 아닌 휴먼 코미디로 연극적 형식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내용은 영화적이지만 표현은 연극적인 독특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에서 자수성가한 재일 교포 야쿠자역을 맡은 배우 서현철.사진제공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에서 자수성가한 재일 교포 야쿠자역을 맡은 배우 서현철.사진제공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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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사나이 기질이 다분한 와타나베가 서정적 작품을 연출한 만춘과 영화 제작을 두고 좌충우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의 부친에 얽힌 비극적 사연과 야쿠자 세계로 들어와 온갖 고초 끝에 정상에 오르기까지 근대사 속 한 인물이 겪은 질곡의 서사를 영화처럼 펼쳐낸다. 그는 “와타나베와 만춘 이외의 인물들은 와타나베의 심복인 마사오와 히데오 역을 맡은 배우 2인이 멀티맨처럼 소화하는데, 극적 허용에 대해 관객분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처음엔 여러 배역을 연기하는 멀티맨만 봐도 웃다가 극 후반엔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습에 놀랐다”며 “그런 긴장감 속에서 와타나베란 인물이 가진 고뇌를 진지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에 징용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한쪽 팔을 잃은 부친이 재일교포란 이유만으로 핍박받는 모습을 보고 자란 와타나베가 야쿠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호랑이가 무서워서, 호랑이가 되고 싶었던 토끼”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일본에 거주 중인 조선인들은 일본 사람이 되길 선택하거나, 북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일본에 남은 한국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며 “와타나베는 그런 상황 속 더 강해지기 위해 야쿠자를 선택한 약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외모만 보면 전혀 야쿠자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묻자 서현철은 “아무래도 이번에 함께 캐스팅된 손종학, 유병훈 배우가 외모적으로는 훨씬 야쿠자에 가깝다”면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의외성처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영화에서만큼은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를 꼽은 그는 “극 중에서 와타나베는 어느 아이로부터 ‘우리 동포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는 편지를 받고 처음 야쿠자가 된 것을 후회하게 된다”며 “모든 사람이 삶 속에서 갖고 있는, 부끄럽지 않고자 하는 행동, 삶, 일 등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대사야말로 어떻게 보면 와타나베의 진지한 심정을 드러내는 유일한 대사이자 그의 삶의 궤적을 함축한 문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_배우 서현철./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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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토크쇼와 예능 출연에서 화제가 된 그의 입담은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정작 본인은 ‘나는 차분한 사람’이라 소개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연극 무대에 선 이래 출연한 작품의 90% 가까이가 코믹극이었다”며 “코미디와 정극은 상황적으로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본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예전에 지하철역에서 한 할아버지가 껍질이 터진 홍시를 드시려다 물이 떨어지니까 손에 들고 쓰레기통 앞으로 가서 먹으려는데 그만 알맹이가 다 떨어지고 손에 껍데기만 남아버렸다”며 “그 떨어진 알맹이를 보고 껍데기만 핥으시던 분을 보고 순간적으로 엄청 웃었는데 뒤돌아 오는데 내가 엉엉 울고 있더라. 상황은 웃기지만 그 이면의 슬픔이 코미디의 본질이 아닐까. 결국 정극과 코미디의 차이는 타이밍과 호흡”이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26년 차에 접어든 그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금강제화 사원으로 근무한 회사원이었다. 매일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의 삶을 반복하면서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닌데,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뭔가가 있을 텐데’를 놓고 고민하다 그때 우연히 국립극장 문화학교 광고를 보고 그길로 사표를 쓰고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는 그는 “그렇게 선택한 길이라 그런진 몰라도 뒤늦게 마음먹은 만큼 절대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여전히 후회 없이 즐겁게 연기하고 있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잘하는 배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을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믿는다. 1년에 1~2편씩 연극에 출연하려 노력한다는 그는 “제가 아직 잘하지 못해서, 늘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전진하는 좋은 배우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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