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봉쇄에 경제 도미노 타격…'금리3종' 카드 모두 꺼내나(종합)

원자재 수입 부진, 제조업 위기
1분기 경제 성장률 4.5% 추정
올해 목표치보다 1%P 떨어져
리커창 총리, 금융지원 지시
금융권 대상 RRR·MLF에 더해
소비자 대상 LPR까지 인하 가능성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김현정 기자] 중국 정부가 오는 18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하 대응을 예고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통화 정책 카드 사용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내부에선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5%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당초 목표치인 5.5% 내외보다 무려 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경제성장 둔화에 금리 인하 가능성

14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실물경제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리 총리는 회의에서 소비가 경제를 추동하는 동력이라면서 요식업과 소매업, 관광업 등 인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당부했다. 특히 지급준비율(RRR)을 언급하며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는 통화정책 수단을 적시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사용하는 통화정책은 RRR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등 크게 3가지다.

RRR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현금 비율이다. 통상 RRR를 0.5% 인하하면 1조2000억위안(약 231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 리 총리의 RRR 언급은 쉽게 말해 시장에 돈을 빌려주라는 뜻이다.

또 하나의 카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정책 자금에 대한 이자, MLF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석탄 부족이라는 악재가 터지자, RRR와 MLF, LPR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LPR다. RRR와 MLF가 금융권을 타깃으로 한다면 LPR는 금융 소비자가 대상이다. LPR 인하 시 전체 금리가 낮아져 신용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중국 내부에선 15일 MLF 금리 인하와 함께 이번 주 내 RRR 인하가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오는 18일 예정된 GDP 결과에 따라 중국 정부가 오는 20일 LPR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 내부에선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지방 정부의 특별채권 발행이 쏟아지면서 이미 시중에 충분한 자금이 풀려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시중에 풀린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M2(광의통화)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늘어난 249조7700억위안(4경8411조원), M1(협의통화) 잔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64조5100억위안에 달한다.

◆"제조·무역·소매 전반 압박"

중국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중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지난달부터 강화된 방역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제조·무역부터 소매시장까지 경제 전반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2287억달러(약 279조9516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0% 증가를 큰폭 하회하는 것일 뿐 아니라, 202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 친 것이다. 왕쥔 중위안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입 증가율이 무너진 것은 내수 위축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4월 데이터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수요 타격 여파로 3월 원자재 수입이 특히 부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항공유 수요는 하루 평균 2만5000배럴(3.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앞선 전망치 대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실시간 항공편 추적 사이트인 에어포티아에 따르면 12일 기준 중국의 일일 항공편수(7일 평균)는 2700편 미만으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중국 경제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제조업도 위기를 맞닥뜨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상하이 SMIC, 대만 TSMC, 폭스콘 등은 지난달 28일 상하이 봉쇄 후 현재까지 공장 가동을 위해 직원들을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폐쇄 루프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지 전기차 업체 니오, 보쉬 등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제조기업들도 중국 내 일부 공장 폐쇄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통신은 "현지 제조가 중단돼 스마트폰, 서버 및 전기 자동차 관련 재고가 동나면 글로벌 공급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내수 경기 지표는 지난달부터 ‘경고등’을 켜기 시작했다. 3월 중국의 승용차 판매는 10.9% 감소했고, 건설 선행 지표인 굴삭기 내수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다. 부진한 주택 판매 흐름도 악화됐다. 중국부동산정보공사(CRIC)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3월 주택판매액은 전년 대비 58% 급감했다. 감소폭은 2월 39.6%, 2월 47.2%에서 더욱 악화한 것이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