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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문래방구 - 과거, 미래 동시에 여는 문 같이 들어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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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중소 철공소 군집했던 지역
이젠 공방·휴식처·카페로 싹 바뀌어

이종환, 네덜란드와 비슷한 풍경 물색
3층짜리 건물 활용한지 5년여 만에
생의 터전과 예술 공존의 매력 가진
가죽·회화 복합예술공간 만들어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가죽공방 겸 카페 '문래방구' / 사진=문래방구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가죽공방 겸 카페 '문래방구' / 사진=문래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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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예술이란 무엇일까. 통념적으로 우리는 예술을 전시관, 미술관에 잘 모셔진 회화나 조각상 정도로 여기곤 한다. 예술 작품을 실제 삶을 살아가는 곳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표백된 공간에 모셔진 정교한 샘플로 인식하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 예술 작품이 '제조'되는 곳은 삶에 깊이 천착한 공간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스튜디오는 우리가 먹고, 자고, 노동하는 공간과 다소 다르면서도 넓게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창작촌'은 삶의 터전과 융화한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과거 중소 철공소들이 군집해 있던 이곳은 이제 독특한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공방이자 휴식처, 카페로 변모하고 있다.

문래창작촌 가장 바깥, 신도림역으로 이어지는 대로 맞은편에 자리 잡은 카페 겸 가죽공예 공방 '문래방구' 또한 문래창작촌을 대표하는 파사드(Facadeㆍ정면)다. 철을 때리고 깎는 철공소와 가죽을 자르고 물감을 칠하는 가죽 공방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2015년 문래창작촌에 공방을 차린 이준환 문래방구 사장(29)은 당시 막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참이었다. 특히 그는 예술 스튜디오와 일반 산업 밀집 지역이 거리낌 없이 한데 어우러진 네덜란드의 풍경에 흠뻑 빠진 상태였다. 그 감흥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을 차렸다.


문래방구 1층 카페 전경.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문래방구 1층 카페 전경.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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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그때 제가 봤던 네덜란드와 비슷한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다 이 공간을 발견했다"며 "네덜란드에서 봤던 느긋한 공단과 비슷한 풍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처음 문래창작촌에 자리 잡은 시절을 회상했다. 이 사장은 당시 3층짜리 건물을 눈여겨본 후 텅 빈 1층과 3층 공간을 활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곤 그만의 개인적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이내 테이블과 업소용 커피 머신을 들여와 독특한 맛을 풍기는 카페로 변모시켰다. 이어 그가 제작한 상품을 마음에 들어 한 고객들을 위해 가죽공예 클래스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회화를 전공한 동료도 합세해 가죽공예와 회화 클래스를 번갈아 제공하고 있다. 불과 5년 만에 가죽 제품, 회화, 커피 향으로 가득한 '복합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문래방구의 확장은 문래창작촌의 성장 스토리와 궤를 같이한다. 문래방구가 처음 들어선 2015년, 문래창작촌은 이 사장 같은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팽창해 나가던 참이었다. 이 사장은 "이 지역의 매력은 생의 터전과 예술 공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에 안착하신 (예술가) 분들 모두 그런 독특한 매력에 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 설명에 따르면 과거 중소 철공소가 모인 공단이었던 문래창작촌에는 2003년부터 예술작업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공단 전체에 문래방구를 포함해 100여개의 작업 공간과 170여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다.


이준환 사장이 직접 제작한 가죽 제품. 카페 앞에 진열돼 있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이준환 사장이 직접 제작한 가죽 제품. 카페 앞에 진열돼 있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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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전체에 큰 타격을 준 1997년 IMF 사태 이후 많은 철공소가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텅 빈 공간을 예술 공방이 메꾸면서, 문래창작촌은 다시 한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 사장의 공방 밑에 터를 잡은 문래방구 카페에서 커피를 음미하며 가죽공예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카페를 둘러싼 철공소들은 오전부터 생생한 소음을 낸다. 강철이 서로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고, 쇠 파이프가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소리 때문에 공기 중에도 '쇠맛'이 느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이 같은 치열한 소음이야말로 문래방구의 진짜 매력일 수 있다. 거친 중공업 공단 한복판의 공방과 카페는 더없이 독특한 존재감을 발하고, 고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자성(磁性)이 된다. 거무튀튀한 금속 부품과 알록달록한 가죽 지갑이 한 장소에 진열돼 있어도 아무런 이질감이 들지 않는 곳, 이 사장 말대로 "생의 터전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래창작촌의 매력인 셈이다.


각종 기기와 컴퓨터, 작업이 끝난 가죽 제품으로 둘러싸인 2층의 개인 작업 공간을 보여준 이 사장은 앞으로도 문래창작촌에 머물며 문래방구를 복합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히 사업 욕심이나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곳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카페도 하고 클래스도 운영하는 게 이 공간에 기여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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