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홍콩통화청과 역외결제 시범테스트 계획
법정화폐 다른 홍콩과 테스트로 해외결제 준비 본격화
달러 패권에 도전 가능성 제기..."신속성·편의성이 무기"
美 긴장…헨리 폴슨 前 재무 "금융우위전략, 차기정권서 우선돼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디지털위안화 유통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이 시험무대를 홍콩으로 확대한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다른 법정통화를 통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위안화의 세계무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통로로 삼아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홍콩통화청(HKMA)은 최근 인민은행과 디지털위안화의 역외결제를 위한 시범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웨이원 HKMA 총재는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디지털위안화의 역외지불은 충분히 가능하며 홍콩과 본토를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더 큰 편리함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된 태국 중앙은행인 태국은행과의 역외결제를 위한 네트워크 실험도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위안화의 결제 규모는 미국 달러결제시스템(SWIFT)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수준이다. 하지만 홍콩에서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실험이 이뤄지는 것은 그동안 선전과 쑤저우, 슝안, 청두 등 중국 내 대도시에서 공개 혹은 비공개로 진행한 내부 테스트를 마치고 역외결제를 위한 외부 평가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CNN은 "홍콩은 중국과 다른 법정화폐인 홍콩달러를 사용하는 지역이라 홍콩에서의 테스트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디지털위안화의 국제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국제결제시장에서 2% 남짓 사용되는 위안화의 국제화와 위상을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지 포브스도 디지털위안화가 현재는 미국의 SWIFT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미국이 이를 방치한다면 거래의 신속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순식간에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현재 중국 위안화 국제은행간지급시스템(CIPS)에서는 약 92개 회원국의 1023개 금융기관이 거래 중이며, 하루 평균 194억달러 정도가 오간다"면서 "이는 200개 회원국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매일 5조~6조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SWIFT에 비하면 아직 매우 작은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나 "디지털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면 외환 거래 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시간이 모두 필요 없게 되면서 거래가 매우 신속하고 편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 미국이 현재 디지털위안화를 아예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위안화의 역외거래 확대는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나 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국으로 해외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4927위안으로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디지털위안화의 상용화 임박 소식은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가상통화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초 1만741달러에서 전날 1만9107달러까지 약 2배로 급등했다. 투기보다는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강세에 대해 "중국의 디지털위안화와 상호 연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통화 확장과 관련해 미국 주류 경제학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이 세계의 뱅커가 되길 원한다'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금융 리더십이 전 세계에서 극심한 경쟁으로 위협받고 있다"면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미국의 금융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정보당국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초 존 랫클리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제이 클레이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국영 디지털화폐 발행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전세계 가상화폐 채굴장의 절반이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화폐까지 나오면 해당분야를 중국이 모두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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