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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방역의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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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선지 근 1년이 된 지난 12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 최대 지역안보대화체 샹산(香山)포럼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올해는 “신(新)안보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이란 대주제 아래 글로벌 구도, 아태 지역안보, 대국관계, 비전통안보 4개의 소주제가 있었다. 그러나 앞의 세 개가 여전히 구 도전들이라면, 공전의 위기감을 조성했다는 차원에서 코로나19 같은 비전통안보는 신 도전에 해당된다. 구 도전들이 갈등의 뿌리가 깊어 해결 난망이라면, 비전통안보는 그래도 협력의 기회와 공간이 열려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비전통안보 국제협력을 이룰 수 있을까? 코로나를 중심으로 제안해본다.


먼저 각국 스스로 대응능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각국 국내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위기관리체계 구축 및 일원화된 법체계를 구비해야 한다. 초기 대응체계, 지휘계통 등 민간 차원 재난 대응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질병재난 맞춤형 군대를 지정해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통안보 위협이 전통안보 위협 못지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전통안보 프레임은 질병 같은 비전형적 위협을 식별하는데 실패했다. 코로나 사망자는 현대전 사망자의 수천 배 수만 배이다. 코로나로 항공모함이 멈추고 수만의 군대가 격리되었다. 코로나를 계기로 생화학무기가 얼마나 인명살상력이 강한지, 비용 대비 효과적인지, 심리적으로 상대국 전력을 무력화시키는지, 테러리스트들과의 연계 시 얼마나 파괴적일지 우리 모두 인식하게 되었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국제사회 모두가 절감해야 한다. 미리 만드는 것과 내버려 두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덜 부담으로 다가올지 판단해야 한다. 지금 대충 어려움을 넘겨도 대응 준비가 충분치 않으면 다음번엔 더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사회 불안은 국가 불안으로, 국가 불안은 국제사회 불안으로 이어진다.


서방세계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최우수작 〈기생충〉처럼 국제사회의 빈부 양극화가 심각하다. 빈곤에 신음하는 약소국들의 인간안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신종 질병 통제가 필요한 국가를 후원하고, 경제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 이타주의가 필요하다.

미중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의지가 있어야 한다. 킨들버그 함정에 빠질 뻔 했으나 조 바이든 신정부는 다시 세계 리더십으로 돌아오려 하고 있다. 미국의 컴백은 국제협력의 구심점이 된다. 중국은 중국대로 중국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인류운명공동체를 예로 중국의 강조점은 ‘운명’이 아니라 ‘공동체’이어야 한다.


국제사회 거리두기는 좁히기가 되어야 한다. 단순 감염병 이상으로 과잉 감정과 행동은 서방 대 비서방 문명대결을 촉발할 수 있다. 인간안보의 경우만큼은 국제사회가 삼전(三戰, 법률전, 여론전, 심리전)을 중단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중견국가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대국의 후원 아래 중견 미들파워들에게 비전통안보 국제협력을 주도하게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주요 보건 핵심국가들이 참여하는 ‘팬데믹 대외 선언’이나 ‘글로벌보건연석회의’ 같은 회의체도 제안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제사회 전체에 바이러스 감염의 두려움과 위기감이 고조된 것은 결국 정치력의 부재 때문이다.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제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포로부터의 해방, 공포로부터의 안보이다. 지금 각국이 각자도생하지만 최종적으로 국제 연대와 협력만이 최선이며, 비전통안보 만큼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국제규범과 질서의 철학적 비전과 실천전략의 선제적 제시 등 담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안보는 안보일 때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은 꼭 북핵 해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K방역을 남북 생명안전공동체,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넘어 지구촌 비전통안보공동체 실현의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세계평화의 기여가 될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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