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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시뮬레이션 해보니…삼성·현대차 감사선임 '外人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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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연합포럼 주요 15개 대기업 3%룰 시뮬레이션
87% 기업, 헤지펀드 추천 감사 선임 가능성 높아
외인 보유지분 높아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
헤지펀드 추천 감사선임 시 기업 정보 유출·경영 간섭 우려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3% 룰'을 적용하면 국내 주요 15개 대기업 중 87%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의사에 따른 감사 선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가운데 외국인 주주가 절반 정도만 뜻을 모은다면 전체 의결권의 25%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 선임 등 주주총회의 보통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전체 주식의 25%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주주가 25%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을 때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13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국내 주요 1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임 건에 대한 3% 룰 적용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 15개 기업 중 13개 기업(87%)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합포럼은 8개 업종별 협회와 경제단체가 모여 발족한 민간 산업경제 포럼이다.

3%룰 시뮬레이션 해보니…삼성·현대차 감사선임 '外人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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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유 지분율 높은 87% 기업,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

이들 기업은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31~56% 수준(지난 7일 기준)으로 높은 편이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기관 및 소액주주까지 합세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될 경우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외국계 헤지펀드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추천한 3인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이 각각 45.8%, 49.2%, 53.1%의 찬성표를 던진 사례만 봐도 외국인 주주들의 집결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만약 3% 룰이 적용된 이후 현대차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 자리에 대해 헤지펀드 추천 인사로 표결에 부친다고 가정하면, 외국인 주주가 절반(50%)만 같은 의견을 내더라도 확보 가능한 의결권은 전체의 21.4%에 달한다. 여기에 소액주주의 12%만 동조 의견을 보태주면 전체 의결권 중 25% 확보는 시간 문제라는 계산이 나온다.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56%에 달하는 삼성전자 의 경우 이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우려된다. 3%룰이 적용되고 외국인 주주들이 40%만 결집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했을 때도 이들은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이 훌쩍 넘는 27%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원근 연세대학교 교수(미래산업연구소장)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헤지펀드에 동조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되면 헤지펀드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의 선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13일 한국산업연합포럼 출범식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3%룰' 적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산업연합포럼협회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13일 한국산업연합포럼 출범식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3%룰' 적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산업연합포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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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적용 시 헤지펀드 추천 감사선임 확률 높아…기업 정보 유출·경영 간섭 우려

재계가 3%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처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한국 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에다 이들의 집결력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에 제도적인 패널티까지 더해진다면 각 기업의 감사위원이 헤지펀드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


기업들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법 취지에 맞게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더라도 기업 내부 정보 유출이나 경영 간섭, 인수합병(M&A)을 위한 의도적인 기업가치 하락 등에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로버트 랜들 매큐언은 캐나다 수소연료전지 개발업체인 밸러드파워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였다. 수소연료전지 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CEO가 사외이사로 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은 기업의 모든 정보를 요구하고 수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외국인 주주들의 동조율을 최소한으로 가정해보더라도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는 외국계 헤지펀드에 유리해 보인다"며 "적군의 장군이 아군 수뇌부의 작전 회의를 들여다보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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