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관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별일이 아닐수 있다고 여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시절 '특혜 휴가' 의혹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의 발언처럼 "팩트는 한 젊은이가 군 복무 중 병가를 내서 수술을 받았고 경과가 좋지 않아서 치료를 위해 개인 휴가를 연장해서 썼다는 것"일 수도 있다.
군대 경험이 없는 기자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30대 초반 남성 후배들에게 물어봤다. 대부분이 "부모가 전화로 병가를 연장하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위중한 질병의 경우 청원휴가를 통해 군 밖에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국군병원에서 회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제대한 이후 군대도 인권이 크게 개선됐다는 기대를 품고 지난해에 전역한 20대 조카에게 다시 물었다. "부대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휘관의 승인 여부에 따라 병가의 기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대한 수술이 아닌 무릎수술로 인해 청원휴가가 연장되는 것은 "당연히 특혜"라고 했다. '휴가 중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화나 메일이나 카톡 등을 통한 연장 신청'은 들어본 적도 없단다.
추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서씨의 특혜휴가 의혹은 최근 내부고발자가 여럿 나오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씨는 2017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ㆍ2차 병가와 개인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 장관 측이 수차례 전화로 외압을 넣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군부대 행정업무를 관리하는 연대통합행정업무시스템에 기록된 서씨의 병가 면담 기록에도 "부모님과 상의했는데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런 민원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도, 집권당 대표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휴가 연장이 가능했을까? 권력도 뒷배도 없는 부모라면 이런 민원을 넣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사슴이 말로 둔갑하는 전형적인 야당발 위록지마(김태년 원내대표)"라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독범' 운운하며 뒷배를 의심했다. 추 장관도 "아들과 제가 최대 피해자"라고 했고, 서씨의 부대로 민원전화 인물로 지목된 추 장관의 보좌관은 "본질은 검찰 개혁"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현직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기 때문에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는 논리다.
여권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에도 검찰개혁을 내세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을 적극 엄호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여당의 트라우마를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실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직후 사퇴하며 진정성을 보여줬다.
추 장관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검찰개혁과 관련된 입법은 대부분 이뤄졌고, 추 장관은 취임 이후 '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오히려 검찰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올초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 넘게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 측에 불리한 군간부의 진술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있다.
'지록위마'는 중국 진나라 시절 권력의 정점이던 환관이 황제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지칭하며 제 편을 가려내기 위해 썼던 말이다.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비유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178석의 거대여당에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오히려 지록위마가 아닌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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