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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필사즉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노마십가' 3년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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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등 3가지 핵심축 제시
뚝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성과
두산重·아시아나 등 숙제 산적

[사람人]'필사즉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노마십가' 3년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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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던 구조조정 기업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작심한 듯 쏟아낸 발언이다. 이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인용을 통해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고민하지 않는다"면서 더욱 진지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필사즉생' 각오로 26년 만에 연임 수장

또 그는 자신의 연임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피곤하다. 더 이상의 미련도 없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본인의 임무만 신경쓰겠다고 했다. 특히 "그 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고, 시간도 없다"며 3번이나 '없음'을 반복해 간접적으로 연임을 고사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이달 11일 이 회장은 본인을 둘러싼 모든 소문을 일축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산은 수장의 연임은 이형구 총재(25ㆍ26대) 이후 26년 만이다.


이 회장이 강조했던 '필사즉생'의 각오는 구조조정 기업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과 심지어 본인 스스로에게도 해당됐던 말로 여겨진다. 당시 그는 "최고경영자(CEO)는 주어진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이게 바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이자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본연의 임무에만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서 자신의 연임이 아니라 업무에만 전력투구했던 결과가 바로 '재신임'이라는 활로로 나타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마십가(駑馬十駕)' 자세로 두 번째 임기 시작

이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첫 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라간다'는 뜻인 '노마십가(駑馬十駕)'의 자세를 강조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미래산업 건설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것이 그가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자 한 골자다. 특히 그는 혁신성장, 구조조정, 조직의 변화와 혁신 등 3가지를 향후 나아가야 할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교롭게도 2017년 그가 산은 회장으로 취임할 때 세웠던 세 가지 목표와 맞닿아있다. 이 회장은 당시 '혁신성장 지원', '부실기업 구조조정 마무리', '산업은행 경쟁력 제고' 등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의 자신감과 의지로 맡은 업무에 충실히 임해달라"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상황인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시 산은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대우건설, KDB생명 등 산은 관리를 받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음해인 2018년 이 회장이 내세운 말은 '극세척도(克世拓道)'. 어려움을 이기고 새 길을 뚫겠다는 의미였다. 당시는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을 때였다. 이 회장은 남아있는 과제들을 풀어 내기가 험난하겠지만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달라진 산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이때 이 회장은 먼저 행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의 '선즉제인(先則制人)'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쉽지 않은 도전들이 많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산은은 이 회장 취임 이후 금호타이어 매각과 STX조선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GM의 한국시장 철수도 막았다. 특히 이 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인 그해 3월 가진 간담회에서도 "구조조정이 큰 획을 지었다고 보고, 혁신성장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취임 당시 세웠던 3가지 목표 중 2가지 정도를 이뤘다고 말했다. 전임자들이 2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불과 1년6개월 만에 성사시킨 자신감에서 비롯된 평가였다.


"실패하면 회장직 내려놓겠다" 각오

당시에도 그는 필사즉생의 각오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산은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합병(M&A)에 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맺었을 때 이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은 리스크가 커 잘못 되면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했다. 본인의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만을 중요시하는 원칙과 소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평소 "국가 경제와 대상 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임직원들에게는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해당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만 감안하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주문한다.


코로나 사태로 엉킨 실타래…풀어야 할 숙제 산적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에도 '뚝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를 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엉켜버렸다. 이제 두산중공업ㆍ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이 회장이 끝까지 책임지게 됐다. 대우건설, 한진중공업의 매각 작업도 남아 있다. 올 초 과거의 틀을 깨는 파옹구우(破甕救友ㆍ옹기를 깨뜨려 친구를 구한다는 뜻)의 지혜로 산은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겠다던 목표도 원점이 됐다.


이 회장은 첫 번째 임기 마지막 날에는 국내 1위 밀키트 기업 프레시지 용인공장을, 이어 연임 첫 날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 협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았다. 본인을 '둔한 말'이라고 표현하며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이 회장에겐 연임 성공 축하는커녕 풀어야 할 숙제만이 산적해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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