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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코로나19 위기 속 선방한 금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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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현황과 전망
은행, 정책 지원에 대출 안정성↑
증권사, 부동산PF 견딜 체력 충분
보험업계, 저금리 장기화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행히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미국 6대 은행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줄었다. 대손 비용이 1분기에 비해 37%,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633% 늘어난 게 이익이 줄어든 원인이었다. 특징적인 건 실제 대손액보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았다는 점이다. JP모건의 경우 실제 대손금액이 16억달러에 지나지 않은 반면 충당금은 89억달러를 쌓아 충당금이 대손액의 5배를 넘었다. 경기 둔화로 미래에 많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실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미국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둘이다. 하나는 카드 부실인데 실업 증가로 가계 소득이 줄어 카드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상업용 부동산이다. 이미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4%까지 올라왔는데 코로나19로 상업용 건물 임대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연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질병 확산으로 미국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은 금융위기 때 만큼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금융기관은 어떤 상태일까?


은행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코로나19로 3월부터 경제활동이 약해졌으니까 아직 자산건전성이 문제가 될 때가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려면 돈을 빌려간 사람이 더 이상 현금을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돼야 하는데 그 시점 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우리 은행들의 대손손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6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를 하고 있는 비율은 0.33%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 은행의 연체율이 평균 2~3%인 걸 감안하면 대단히 양호한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0.09%포인트 하락해 코로나19 이전의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0.59%, 자영업자 연체율은 0.37%로 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어 은행 연체율의 선행지표인 카드 연체율 역시 작년 1분기보다 낮아 당분간 은행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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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지난 수년간 은행이 신용도가 높은 고객과 거래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180조원 규모의 코로나 금융지원을 시행했고 특히 12조원 규모의 초저금리 금융지원을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한 후 낮은 금리의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한 점이 연체율 상승을 막는 역할을 했다.

양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심리적 압박으로 남아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1%로 1년 전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증가 속도도 유로존을 포함한 전세계 34개 지역 가운데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빠르다. 규모와 증가율 모두가 상위 수준이어서 16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계 부채의 내용을 보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가계부채를 일으킨 연령 중 60대 이상이 2012년 37%에서 현재는 30%대 초반으로 낮아진 반면 경제 활동이 왕성한 30~50대 비율은 높아졌다. 신용등급별로는 은행 대출의 50% 이상이 고신용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대출액이 750조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가계부채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보험과 증권은 대출보다 투자 상품의 부실과 저금리가 문제되고 있다.


상반기에 증권사는 주가연계상품(ELS)과 사모펀드 부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중 주가연계상품은 3월에 국내외 주가가 30% 이상 급락해 지수선물을 발행한 증권사에 대규모 마진콜(추가증거금 요청)이 들어와 특히 문제가 됐다. 현재 증권사가 발행한 ELS 잔고가 50조원인 걸 감안하면 당시 들어온 마진콜 액수가 3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은 주가가 상승해 증거금 부족의 상당 부분이 해소됐다.


증권사에서 또 하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부동산 개발 시행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거나 보증을 서주는 것인데 지난 수 년 간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제공했던 자금이 만기가 될 경우 다시 연장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3월 이후에는 연장에 실패해 증권사들이 해당 상품을 스스로 떠 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규모는 16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3월 1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신규 채무보증 축소와 신용 및 유동성 보강으로 인한 기존 채무보증 축소로 규모가 줄었다. 작년 말 현재 부동산 PF 잔액은 증권사 자기자본의 30%가 안 된다. 최악의 경우 부동산 PF 전부를 증권사가 떠안아도 문제될 게 없는 상태다. 유동성 자산과 비교해서도 여유가 있는 상태여서 코로나19 이후 증권사의 자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시중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경우 보험사는 기존에 높은 금리로 판매한 상품과 현재 운용 수익률 차이 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과거에 5% 보장 수익으로 판매한 상품의 경우 현재 금리가 1% 정도니까 연간 4%의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거 일본의 보험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낸 후 문을 닫기까지 했다. 이제 우리도 비슷한 현실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생명보험사의 운용금리가 사상 최초로 조달금리보다 0.2%포인트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은 금리가 그 때보다 더 낮기 때문에 손실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보험사들은 이 손실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메워왔는데 금리가 너무 낮아 앞으로는 손실 보전이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보험사가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지만 저금리에 의한 부실은 장기에 걸쳐 진행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수도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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