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더불어시민당의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들어가려는 것은 20년간 현장에서 함께 싸워왔던 사람들 앞에 권력 가진 사람들을 세워서 얘기할 수 있게 만드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비판 받아도 감수하려 합니다."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총선 후보 9번으로 영입됐다. 민주당이 녹색당 등과의 연대를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위성정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녹색당을 지지해 온 양 사무처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이 연합정당에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있다.
25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이 사무처장은 그런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시민당이 어떤 목적으로 나를 뽑았다고 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가치를 실현시키기에 적절한 곳이 국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예를 들어 원전 반대 농성하는 자리에 관련 공무원을 부를 수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원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까지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된다. 개인적 입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순전히 선거용이다. 비례 후보에 오른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와 조정훈 전 시대전환 대표는 선거 후 자신들이 속했던 정당으로 돌아갈 방침이다. 양이 사무처장은 아직 소속 정당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짧은 시간동안 결정을 내려야 했고, 정당은 앞으로 고민해야 한다"면서 "녹색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곳,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기준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공천 결과 중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목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인재로 영입한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을 더불어시민당에서 18번으로 배치한 것이다. 핵융합 발전에 강력 반대하는 양이 사무처장이 대척점에 서 있는 민주당 영입 인재보다 훨씬 앞 번호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열악한 시민운동 진영을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양이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최저임금은 물론 퇴직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극히 열악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민주당의 '꼼수'를 격렬히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상황과 함께 고민해야할 것 같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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