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유동성 공급 여력 있어도 괴리율 커져
ETN가격 시장 실제 가치 반영 못해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국제 원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가격 괴리율이 높아지면서 상품이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유동성 공급 여력이 충분함에도 괴리율이 높게 형성돼 있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ETN 가격이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TN 상품은 유동성공급자(LP)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매수ㆍ매도 호가를 관리한다. 투자자가 특정 상품을 매수하려 할 때 LP는 반대쪽에서 물량을 매도해 ETN과 실시간 지표가치(IIV)와의 괴리를 줄이는 구조다.
다만 매수 주문이 과도하게 쏠려 LP 보유 물량이 부재할 경우 투자자들의 수급으로만 가격이 결정돼 괴리율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엔 유가가 20%가량 폭락한 이후 매수 주문이 급증하자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이 확대되기도 했다.
문제는 LP 물량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괴리율이 커져 웃돈을 주고 거래해야 하는 상품이 있다는 점이다. 전일 거래된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의 IIV는 1964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실제 상품의 호가 평균은 2053원으로 집계돼 장중 5% 안팎의 괴리율이 발생했다. LP 보유 물량은 47%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100원의 웃돈을 더 주고 상품을 구매한 셈이다. 같은 날 LP의 유동성 제공 여력이 남아있던 '신한 WTI원유ETN'의 장중 괴리율은 2% 아래로 유지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LP들이 호가를 정할 때 IIV를 호가 중간으로 산정해 괴리율을 줄여 1~2% 정도 차이가 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과 같이 특정 시기에 투자자들이 쏠려 LP 보유 물량이 동날 경우엔 가격 괴리율이 5~15% 정도로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괴리율로 인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괴리율이 7%로 확대된 상황에서 구매한 투자자는 다음날 ETN 가격이 3% 오른다 해도 익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괴리율로 증권사가 과도하게 수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괴리율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ETN 거래에 불신이 팽배해진다면 시장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해외지수 및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엔 6%, 국내 지수의 경우에 3%의 괴리율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규정안에서 괴리율을 맞추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칙 안에서 괴리율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LP 입장에서도 지금 시장 상황에서 괴리율을 낮게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잔량이 부족해 가격 괴리율이 커지는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규정안에서 괴리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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