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고향은 전라도" 가짜 뉴스로 지역 비하, 잇단 혐오표현

조주빈 출신지 두고 가짜뉴스 난무...시민들 '분통'
특정 지역 혐오 표현 쏟아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munonam@asiae.co.kr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텔레그램에서 일명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 신상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조주빈의 고향이 전라도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진짜처럼 언급, 범죄자가 출생한 지역이라며 해당 지역을 비하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조주빈 고향이 전라도라며 '홍X', '좌빨' 등 비하 표현을 포함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n번방' 관련 기사 댓글에도 '조주빈의 고향은 전라도이며 전라남도 남원(전라북도 남원) 출신'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댓글로 "전라도 홍X는 뒷통수 까기 전문 거짓선동 조작, 타고난 홍X근성"이라며 비하 단어와 욕설을 적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전라도 출신은 홍X", "고향이 남원이라니 안 봐도 뻔하다", "전라도 냄새난다" 등 지역 비하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문제는 허위 사실을 사실처럼 퍼뜨려 지역 혐오를 조장하는 데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주빈이 전북 남원 출신이라며 혐오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조주빈은 전라남도 남원(전라북도 남원) 출신'이라는 가짜 뉴스가 확산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X', '좌빨' 등 비하 표현을 포함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가짜뉴스가 사건의 본질과 논점을 흐린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A(27) 씨는 "전북, 전남 구분도 못 하면서 지역혐오는 하고 싶어한다"라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 피의자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다니 사람도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생 B(24) 씨는 "애초에 출신 지역이 무슨 상관이냐. 논점 흐리지 말라"라며 "허위사실유포하는 사람도 다 처벌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조주빈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인 것을 숨기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조주빈이 일베라는 기사를 접했다"라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일베 회원들이)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은 일베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주빈의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한 한 작성자는 조주빈의 졸업앨범 사진을 인증하며 "조주빈은 일베가 맞다"고 증언했다. 이어 "(학창시절 조주빈이) 같은 반 조용하게 지내는 애들한테 같이 일베하는 애들끼리 찾아가 '야 너 김대중 노무현 개XX 해봐, 말 못하면 좌빨 홍X 빨갱이'라며 놀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조주빈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가상화폐 액수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3단계로 유료 회원 대화방을 나눠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는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의 집에서는 가상화폐를 환전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 1억3000만원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해 일단 조주빈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으나 그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청와대 유튜브를 통해 "운영자 조주빈뿐 아니라 '박사방'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 착취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민 요구에 어긋나지 않게 신상공개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