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마스크 사려면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요?"
'마스크 5일제'가 시행된 첫날, 약국 앞에는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는 발길이 잇따랐다. 일각에선 5일제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마스크를 구하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거나 약사와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약국 앞. 김규선(76ㆍ여)씨는 오전 8시30분 약국에 도착해 대기줄 첫번째 자리에 섰다. 그러나 막상 약국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사려 하자 '구매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날은 1941년생이나 1996년생처럼 생년 마지막 숫자가 1과 6인 사람이 구매 대상이다. 그러나 김씨는 1944년생이었다. 그는 "주민번호 앞자리가 1로 끝나면 된다는 거 아니냐"고 억울해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역사상 첫 '마스크 5일제'가 시행된 이날 전국 주요 판매처에선 마스크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졌다. 마스크 구매 대상이 아닌 노년층이 무작정 기다리다 돌아가기도 했고, 물량이 다시 확보된 후 구매 순서를 적은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약국 직원은 "대로변이라 여기서 줄을 서셔도 접수를 못할 수도 있다"면서 "골목에 있는 작은 약국에 가시면 마스크 확보가 더 쉬울 수 있다"고 전하며 손님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인근 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약국엔 이날 물량이 250장(125명분)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오후에 들어올 예정이라 줄을 선 시민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그럼에도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장시간 줄을 서 기다리는 불편은 어느 정도 사라진 모습이다. 문경숙(48ㆍ여)씨는 "약국이 문 닫기 전 번호표만 있으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어 전보다 편해진 것 같다"며 "마스크를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고세훈(23)씨도 "마스크를 사기 위한 경쟁이 줄고 약국 앞에서 장시간 대기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했다.
그러나 1인당 구매 한도가 2장에 불과하고, 해당 요일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는 불만도 많았다. 손혜자(69ㆍ여)씨는 "접수증을 받더라도 늦게 오면 마스크를 못 구하는 것 아니냐"면서 "오전 10시30분에 접수하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물량으로 공급키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민간 공급 마스크의 가격을 인상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정부가 뒤늦게 "건강한 사람들은 보통 활동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나섰지만, 마스크가 '심리적 방패막'으로 자리 잡은 탓에 충분한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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