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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된 GA]②보험사 쥐고 흔들며 '슈퍼갑질'…관행이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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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지위 이용해 회식비 해외여행비까지 챙겨
높은 수수료 노리고 위반행위…당국제재도 안통해
철새 먹튀설계사→불완전판매 증가로 이어져

[편집자주] 세계 6위 규모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보험은 보험설계사들의 영업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먹구구식 지인 영업에서 출발했지만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성장해왔다. 모든 보험사, 모든 보험상품의 판매가 가능한 GA는 그동안 놀라운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수수료를 노린 불건전 영업행위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GA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혁신을 통해 성장 한계에 봉착한 보험 시장의 해법을 찾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GA 불법영업, 보험사도 책임

②보험 신뢰 갉아먹는 GA

③GA, 판매 전문성 키워야


[괴물된 GA]②보험사 쥐고 흔들며 '슈퍼갑질'…관행이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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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A 보험법인대리점(GA)은 2016년 계약이 맺어 있는 27개 보험사에게 우수 설계사 630명을 필리핀 세부로 해외여행을 보내줘야 하니 여행 경비를 지원하라고 요구해 수억원을 받았다. 이같은 요구는 이듬해인 2017년과 2018년 태국과 괌에 갈 때도 이어졌다. 이 GA가 3년 간 보험사로 부터 받은 여행 경비는 수십억원에 달했다.


GA를 다니던 설계사 B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0개월 동안 모집한 보험 11건 계약을 GA 소속 설계사 C씨가 모집한 것으로 속여 모집수수료 700만원을 타냈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설계사는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을 모집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B씨는 이러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510만원을 내야 했다.


대형 보험법인대리점(GA)은 보험 시장에서 '슈퍼 갑'으로 통한다. 실적이 좋은 설계사가 있는 GA에 의해 보험사 한 해 농사가 좌우될 수 있어서다. 몸값 높은 설계사를 보유한 GA와 보험사가 갑을 관계로 엮이다 보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나 갑질도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실정이다.

더 높은 수수료 요구는 기본이고 회식비, 해외여행비에 골프라운딩 비용까지 챙길 정도다. GA간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조건에 따라 이직도 심하다. 그에 따른 불완전판매, 고아계약 등도 속출한다. 금융감독당국이 제재를 해도 이같은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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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설계사 대거 보유한 GA…불완전판매 블랙홀=2000년대 중반 특정 회사의 보험이 아닌 대부분 생명ㆍ손해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GA가 등장하면서 '보험의 백화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보험 수수료를 노리고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허위계약을 만드는 등 위반행위로 인해 보험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들어 18개 GA 및 소속 설계사들의 보험상품 설명의무 위반, 보험계약자 자필서명 미이행 등 현행 보험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적발하고 제재조치를 내렸다. 일부 GA는 수천만원 규모의 과태료 외에도 각각 90일, 60일의 업무정지라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우성에셋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A씨는 12건 계약 모집 과정에서 보험상품 설명 의무를 위반한 데다, 1건의 경우 서명까지 대신한 사실이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90일의 업무정지 조치를 받았다. 또 60일 업무정지 조치를 받은 한국금융센터의 경우 소속 보험설계사 2명이 2015년 31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상품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사실이 확인됐다.


GA인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에게는 가장 높은 83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소속 설계사 7명이 무려 54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보험상품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보험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억원 규모의 허위계약을 작성해 매출을 과대계상하고 편취한 모집수수료를 임의로 사용하거나, 보험 모집 후 해약하는 방식으로 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을 노린 차익거래를 통한 수수료 편취 관행도 성행한다.


최근에는 대다수 GA들이 수수료를 증대하기 위해 연합조직인 지사형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데, 개별 지사는 모든 업무를 본사의 통제 없이 직접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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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ㆍ먹튀 설계사 양산…1년 만에 설계사 절반 떠나=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2016년 0.36%에서 2017년 0.28%로, 다시 2018년에는 0.21%로 소폭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0.17%)나 보험사(0.12%), 방카슈랑스(0.04%)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GA의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첫번째 원인은 보험 정보의 편향성 때문이다. '2018년 생명보험 성향조사' 결과를 보면, 보험 소비자 84.4%가 상품 정보획득 경로로 '보험설계사'를 꼽았다. 모든 보험사들이 디지털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있지만, 인터넷 검색(13.1%)이나 보험사 홈페이지(7.9%)를 통한 정보획득 비중은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가입동기도 '설계사 권유'가 42.6%에 달해 특정사건 발생(26.5%)이나 평소 필요성 인식(22.3%) 보다 높았다. 이는 보험가입자들이 보험 정보를 얻는 통로나 가입 동기가 대부분 설계사라는 얘기로, 설계사가 마음먹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를 악용하기 쉬운 금융 환경이 조성됐다.


설계사가 자주 이직을 한다는 점 또한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설계사를 믿고 보험에 가입했지만 정작 관리를 받아야 할 때 내 설계사는 찾지 못하는 것이다. 작년 상반기 기준 설계사수 상위 GA 5곳의 설계사 정착률은 54.4%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생명보험 설계사로 입사한 후 1년 이상 생존율(2019년 상반기 기준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38.2%에 불과하다. 설계사 10명 가운데 6명은 입사 1년 후에 퇴사를 하는 셈이다. 근속연수 기준으로는 1년 미만이 29.1%, 1~2년 16.1%, 2~3년 9.0%, 3~4년 5.9%, 4~5년 4.2%이고, 5년 이상 근속이 35.6%로 나타났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생명보험 업계가 전문가 육성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보험설계사를 모집해 영업을 했으나, 사실 보험설계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친인척 등 연고로 계약을 모집시킨 후 '단물'이 빠지면 버리는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으로 성장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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