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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LA]"신기한 경험"…'기생충' 봉준호, 오스카 4관왕 유의미한 피날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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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이슬 연예기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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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01년 만에 한국 영화의 새 역사가 탄생했다. 봉준호 감독은 실감 나지 않는다며 상을 받은 순간을 천천히 복기하면서 의미를 다시 새기겠다고 말했고, ‘기생충’ 주역들은 감격에 젖어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칸에서 출발해 오스카에서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기생충'은 9일 오후 5시(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봉준호), 각본상(봉준호·한진원),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영화는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으며, 그해 5월 30일 국내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모았고, 10월 북미 개봉해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6위에 올랐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명훈, 최우식, 박소담을 비롯해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은 수상 직후 돌비극장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전 세계 각국 기자들은 아카데미 측이 마련한 인터뷰룸에 모여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각 작품이 호명되자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또 옆에 앉은 기자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는 등 또 다른 축제가 펼쳐졌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며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모두의 시선이 트로피로 향했다. 트로피에 입을 맞춰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는 “쑥스럽다”라며 트로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4관왕 소감을 묻자 봉 감독은 “당황스럽다”라며 “아직 실감이 안 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정리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라고 답했다.

오스카에서 ‘기생충’ 피날레의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봉준호 감독은 “마지막에 다 같이 무대에 올라 기뻤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시작한 여정이 가장 행복한 형태로 마무리됐다”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부터 봉준호 감독은 홍경표 촬영감독에 대한 애정을 전하며 고마움을 어필한 바, 이날 참석한 홍 감독은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받아 영광이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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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 지하실에 숨어 사는 근세로 분한 박명훈은 배역 특성상 스포일러가 됐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칸 영화제를 찾았지만, 공식 상영에 참석해 2층에서 몰래 영화를 본 후 서둘러 이동을 해야 했다. 오스카 무대에 오른 소감이 남다를 터. 그는 “칸에 참석했지만 나서지 못했다”라며 “오늘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돼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기적 같은 하루다”라고 말했다.


이선균은 “저희가 엄청난 선을 넘은 줄 알았는데 오스카가 선을 넘은 듯하다”라며 격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방점이 아닌 한국 영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진은 특유의 호방한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감사드린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울컥하지만 참고 있다. 돌아가서 제정신 차리고 제 일을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옆 자리의 조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최고의 선물이었다”라며 “후반부 갈수록 몰래카메라 같고 믿어지지 않았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우식은 ‘기생충’의 대사를 빗대 재치 있게 소감을 말했다. 그는 “기우 대사 중에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대사가 있는데 계획치 못한 큰 이벤트가 있어서 행복하다”라며 감격에 젖었다. 그러면서 “‘기생충’ 제작보고회 때 제가 말을 잘못해서 놀림 받던 게 엊그제 같다. 앞으로 평생 원동력으로 삼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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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 수상 후 “밤새 술을 마시겠다”라던 봉준호는 “많은 시상식을 이어오며 스피치를 20~30회 한 것 같다. 막바지 오스카에 다다르자 소감도 밑천이 드러났다”며 웃었다. 이어 “정말 끝났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대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를 향해 존경을 표한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영화상을 받으러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스콜세이지 감독과 눈이 딱 마주쳤다. 동료 후보 감독들과도 순식간에 눈이 맞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라며 “함께 노미네이션 된 자체로 흥분됐다”라고 말했다.


또,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다”라는 소감을 전한 봉준호 감독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이 아닌가. 이미 그 장벽은 허물어져 있다”라며 “1월에도 북미 극장 수익이 천만 불을 넘겼고, 북미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박스오피스도 잘 됐고”라고 말했다. 이어 “언어 장벽, 자막이라는 장벽에 대한 발언은 제가 뒤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 또 그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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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오스카의 기쁨을 함께했다. 그는 “봉준호의 리얼리즘의 진화를 목격하며 20년이 지났다. 지금 완성 지점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를 떠나 팬으로서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 때부터 이어온 시대에 대한 탐구, 시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깊이 있는 시선들을 느끼며 감동하며 세월을 함께 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이라며 수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재치 있게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여전히 로컬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이 인터내셔널 피처 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게 인상적이더라. 새로운 명칭이 상징하는 바를 지지한다는 의사 표현을 각본상 소감으로 전했다. 오스카가 지향하는 방향을 지지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두 편의 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봉 감독은 “칸 영화제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릴 것이고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그리는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로스앤젤레스=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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