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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약급 중독물질? 뇌과학적으로 틀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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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 지적
게임 즐길 때 도파민 분비량, 식사할 때와 비슷
"의학적 접근은 좁은 시각…가정·사회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복지부 VS 문체부…정부 부처 간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

"게임=마약급 중독물질? 뇌과학적으로 틀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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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게임이 마약급 중독물질이라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틀린 얘기다."


'뇌과학' 전문가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의 단호한 발언이다. 게임중독을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파민 분비되니 게임=마약?…非과학적 주장"=이 교수는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서울에서 주최한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의 연사로 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게임을 하면 마약이나 도박을 할 때처럼 도파민이 분비되니 게임은 마약이나 도박과 다를 게 없다란 주장은 엉터리"라며 "도파민 분비는 일상적인 일이며, 언제 얼마나 분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자연스럽게 뇌 속에 존재하는 신경 전달물질이며, 보상과 관련된 행동을 할 때 주로 분비된다. 졸릴 때 잠을 자거나, 배고플 때 음식을 먹는 등 보상을 얻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분비되는 식이다.


이 교수는 저명한 해외 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된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게임을 할 때 나오는 도파민 분비량은 평소 대비 30~40% 가량 늘어나는데 이는 식사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반면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섭취할 때엔 평상시의 350%, 메타암페타민과 같은 각성제를 먹으면 1200% 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즐길 때 나오는 도파민 분비는 지극히 정상 수준이며, 이를 마약 중독과 맞먹는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 문제로 접근하면서 의학적 치료만을 해결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게임 과몰입은 친구 관계, 학업 경쟁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일 수 있다"며 "이렇게 접근하면 개인, 가정, 학교, 사회의 차원에서 복합적인 원인을 분석할 수 있지만 의료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면 의사가 다루고 증상을 통제하며 치료해야 할 문제로 축소된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학부모들이 소외되는 점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자식들이 환자가 됐다는 불안과 의사들이 치료를 하면 된다는 안도감 및 일종의 책임 회피도 느낀다"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 당사자인 보호자를 문제에서 소외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했다.

◆정부 중재 나섰지만…여전히 평행선=한편 여전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두고 찬반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극렬히 반대하는 양상이다. 양측 의견이 조율되지 않자 국무조정실에서 지난 7월 직접 중재를 시작했다. 당초 복지부 주도로 꾸려질 예정이었던 민관협의체에 문체부가 참여를 반대하자 국무조정실이 직접 민관협의체를 주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순조롭지 않았다. 현재까지 겨우 회의 네 차례만 진행된 상태다. 민간 부문 의장은 출범 4개월이 돼서야 임명됐다. 주무부처 장관들의 발언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게임 중독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게임으로 발생하는 도박이나 중독 문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인 셈이다. 반면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9 행사에서 "게임은 질병이 아닌 건전 여가문화"라며 "게임산업진흥법을 전면 개정하고 게임업계가 성장과 도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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