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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디플레이션 한가운데"…공장 닫고, 사람 떠나, 집세 추락(종합)

최종수정 2019.11.22 08:06 기사입력 2019.11.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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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 "지방은 이미 디플레이션 진행중"

집세 하락이 대표적 신호…13년만에 전월세 마이너스로 전환


지방은 자영업자 물가 상승률도 평균보다 낮아

수출 제조업 산업 단지 어려워지며 빈집 늘어나 지역경기 망가져

"지방은 디플레이션 한가운데"…공장 닫고, 사람 떠나, 집세 추락(종합)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거제 장평동에 있는 원룸촌. 해양플랜트 수주가 밀려들때만 해도 빈방이 없었던 건물들에는 요즘 '임대 안내' 간판이 심심찮게 붙어있었다. 월세는 조선소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5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예전엔 50만원하던 월세가 이젠 30만원으로 떨어졌는데 거제 안에 미분양 된 아파트도 널려 있어 집값도 맥을 못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이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집세(전ㆍ월세)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개월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며 "수요 위축으로 집세가 떨어지는 건 위험한데 지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13년만에 전월세 마이너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전국 집세 평균 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집세가 뒷걸음질 친 건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 4월~2006년 3월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공급물량이 늘어난데다 저금리 기조로 내집 마련이 수월해지자 서울ㆍ경기ㆍ인천을 중심으로 집세가 내렸다. 반면 올해 집세 하락 주범은 지방이다. 동남권, 대경권, 충청권, 제주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에서 전월세 상승률이 고꾸라졌다. 불경기로 지역 산업 단지들이 쓰러지고 있는데다 인구도 감소한 영향이 크다.

거제 지역 원룸촌

거제 지역 원룸촌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0.3%), 인천(0.4%) 전남(0.9%), 전북(0.1%) 정도만 평균을 웃돌았을 뿐 다른 곳들은 전부 무너졌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 곳은 울산(-2.2%)으로 작년동기대비(-1.0%) 더 떨어졌다. 3년째 내림세인 경북(-1.3%)도 매해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충남(-1.3%), 충북(-0.7%)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한은 지역경제보고서는 이들 지역에 대해 "주택 경기 부진과 인구감소로 인한 수요 위축, 누적된 공급 과잉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역 자영업자들도 가격 못 올려


외식 ㆍ도소매ㆍ숙박 등을 포함한 자영업종 중심의 개인서비스 물가도 전국 평균을 밑도는 곳이 속출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구성 항목 중 집세와 개인서비스는 농ㆍ축수산물처럼 날씨같은 일시적 공급요인에 의해 변화하는 품목이 아니라 수요 영향을 주로 받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라는 뜻이다.


전국 개인서비스 물가 평균 상승률(1~10월)은 1.9%로 집계됐다. 4년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역시 울산(0.8%)이 최저치였다. 광주(1.3%)와 경남(1.4%)이 뒤를 이었다. 제주와 인천도 1.6%로 평균을 밑돌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원래 자영업종은 최저임금 상승률에 민감해 최근 2년 간 최저임금이 급상승했을 때는 물가상승률도 뛰는 것이 정상인데 워낙 지역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보니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9일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경기가 악화되면서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9일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소비자물가상승률 전체로 넓혀봐도 지방 침체가 뚜렷이 드러난다. 전국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8, 9월 두달 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10월에 0%로 탈출했지만, 지방은 훨씬 오래전부터 마이너스 늪에서 허덕였다. 울산은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아홉달 동안 줄곧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충남은 4개월간, 전북ㆍ전남ㆍ경북ㆍ경남ㆍ대전ㆍ광주는 3개월씩 마이너스 물가 지표를 나타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남 당진, 경남 거제, 울산처럼 시도별 거점마다 있는 수출 제조업 산업 단지의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빈집들이 늘어나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고 지역경기도 죽은 것"이라며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경기 양극화를 감안하면 지방은 디플레이션이 심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살아날 기미 없는 물가


한편 물가도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가 0.6%(전년동기대비) 하락했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아졌다.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8·9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3%,-0.6%,-0.8%를 기록했는데 이런 흐름을 반영해 8·9·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04%,-0.4%, 0.0%를 나타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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