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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교육불신과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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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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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대해 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딸이 숙명여고를 나왔고, 3학년 때 담임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쌍둥이의 아버지였다"는 소문이 시작됐다. 셋째 딸이 당시 수시 또는 학교장추천전형으로 평소 성적으론 불가능한 명문 치대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임명되면서부턴 "김 부총리가 자녀의 입시비리로 조용히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억측으로까지 확대됐다. 숙명여고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에는 관련된 기사 댓글마다 김 부총리와 그 딸이 언급됐다.

돌아보면 이런 세간의 헛소문은 애당초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 대해 교육계와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데서 시작됐다. 사회적으로 내로라하는 저명 인사들이 졸업했다는 명문학교에서 시험부정 의혹이 제기됐는데 학교는 사안을 자꾸 축소하려 하고, 경찰 수사는 두 달 넘게 시간을 끌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하고도 징계를 내릴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마냥 쳐다만 보고 있는데 교육부는 한 술 더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얘기하자고 뒷짐만 지더니 여태껏 묵묵부답이다. 평소엔 제 목소리 잘 내던 교사단체들도 최근까지 이 사안만큼은 애써 아무런 반성도, 논평도 없이 외면했다.
애꿎은 누군가가 얼토당토 않은 오해를 받고 사생활이 침해받은 건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런 가짜뉴스가 두 달 넘게 회자되도록 방치한 것도 정작 교육당국인 셈이다. 뒤늦게, 그것도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야당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떠벌린 걸 보면, 솔직히 정치적으로 교묘히 설계된 루머로 보이지도 않는다. 김 부총리는 "가짜뉴스는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개인과 가정의 사생활을 파괴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나쁜 행위"라고 지적했지만, 현실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교육정책이 무분별한 가짜뉴스를 부추기고 있는지 모른다.

국어영역이 너무 어려웠다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도 이번엔 "정부가 대입 수시전형 축소ㆍ정시 확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러 수능을 아주 어렵게 냈다더라"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아이고, 너무들 나가셨네' 싶다가도 문득 멈칫하게 된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들까지 모두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원성이 자자한데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정규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랐다면 풀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내신비리를 전수조사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침묵하는 교육당국을 향해 "하나하나 들춰내면 감당 못 할 비리들이 너무 많아 모른 척하려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이 53.2%, 수시를 확대하자는 의견은 17.9%, 현 제도가 좋다는 응답은 12.8%로 나왔다. 이건 가짜뉴스가 아닌 팩트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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