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김종대 수사할 것" 특검보 발언이 불씨... 정의당 "죗값 물릴 것"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진상규명 위한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60일간의 수사기간의 중 절반을 사용한 드루킹 특검이 후반전을 정치권과의 정면충돌로 시작하게 됐다. 언론브리핑을 하던 박상융 특검보가 심상정·김종대 두 정의당 의원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발언은 “드루킹의 ‘트위터 협박글’에서 언급된 심 의원과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검관계자가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뒤이어 나온 “(노 의원 외) 다른 정의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혐의점이) 나온 것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스킬’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후 맥락으로 볼 때 드루킹 일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노회찬 의원 뿐 아니라 다른 정의당 의원들의 불법정황도 포착했으며 지금은 장례식 기간 중이지라 못하지만 곧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정의당이 강경하게 나오자 특검은 “소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협조를 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물러서면서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하지만 정의당은 “발언취지가 다르게 전달됐다고 특검 측이 해명하고 있는데 발언을 취지대로 표현 못하는 대변인은 대변인 자격이 없다”면서 “박상융 특검보는 사퇴하라”고 공세수위를 더욱 높혔다. 특히 “특검의 입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큰 죄”라면서 “합당한 죗값을 물릴 것”이라고 일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정의당의 거센 반발에 정치권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회찬 의원이 목표가 아닌데 특검이 별건수사를 했다”면서 강력히 비판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성과가 나오지 않자 애꿎은 노회찬 의원 수사로 방향을 돌렸다”고 질타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특검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 고위층에서는 “매일 야단칠 수도 없고 특검보 때문에 힘들다”라는 푸념이 밖으로 비집고 나올 정도다. 노회찬 의원의 비보로 인해 ‘표적수사’ ‘망신주기식 구태수사’라는 지적이 비등해지는 상황에 특검보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검은 ‘초뽀’와 ‘트렐로’ 등 드루킹 공범들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오늘(26일) 오후에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향후 특검팀의 행보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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