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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김치와 김정은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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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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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뉴요커들의 출근길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시간인 만큼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뉴요커들이 출근 시간에 집중하는 게임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바로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퍼즐'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미 주간지 뉴요커 등 뉴욕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매체들은 대부분 낱말맞추기 퍼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신문 구독률이 떨어진 만큼 별도로 신문에 실린 낱말맞추기를 제공하는 앱도 만들어질 정도다. 단순히 재미로 하는 낱말맞추기 퍼즐이긴 하지만, 문제를 풀다 보면 뉴스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제들이 자주 나온다. 퍼즐에 나온 답을 가지고 그날 직장인, 점심시간에 대화 소재로 삼기도 한다.
이 게임에 최근 들어 북한 이슈와 관련된 문제들이 자주 나온다. 전날 NYT 퍼즐에는 '김치와 김정은의 나라'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정답은 물론 '코리아(Korea)'다. 코리아 라는 단어가 이렇게 사용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최근 뉴요커에서는 '북한의 수도'를 묻는 질문도 등장했다. '평양(pyongyang)'이라는 답의 철자까지 고려하면 미국인들에게는 꽤 어려운 문제다. 지난해 한창 북미 관계가 악화됐을 때 '북한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이 문제로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북미정상회담의 주제'가 퍼즐맞추기 질문에 등장했다. 각각의 정답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NUKES)이다. 1년 전에만 해도 뉴요커들이 출근길에 ICBM을 떠올렸다면, 이제는 북한 하면 핵 문제 해결, 김정은, 평양 등을 떠올리고 동료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한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본인의 입지를 알린 데다, 젊고 세련된 외교 능력을 보여줬다. 워싱턴포스트(WP)가 ABC 뉴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응답자 중 과반수인 55%가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에게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너무 이르며, 거의 동일한 응답자들(56%)은 이번 회담이 북한에 성공적이란 의견을 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광범위한 안전보장 약속도 얻어냈다. 퍼즐의 정답을 맞춘 뉴요커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단순한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을 장식한 보도보다도 일상에서 다가오는 김 위원장, 북한에 대한 외교적인 이미지는 덮어놓고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북한의 이미지 만들기가 한창인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조금씩 사라질까 우려된다. 세기의 회담 이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이면계약에서 북한과 미국이 어떤 협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은 끊임없이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주 뉴욕을 찾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을 완벽히 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이상을 바랄 수는 없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만큼, 판을 깔아준 이후에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길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 한국의 국방비 문제, 한미연합군사훈련, 예산 등 각종 시나리오만 공중에 떠돌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그저 휩쓸리기 보단,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에 대한 비난보단 해결 과정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퍼즐맞추기에 익숙해 진 미국인들이 어느새 '코리아'하면 김정은만 떠올리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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