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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에서]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들도 웃게 하는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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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보안검색대 직원들이 다 같이 모여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공항 보안검색대 직원들이 다 같이 모여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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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을 입은 러시아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이 웃으며 대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빨간 옷을 입은 러시아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이 웃으며 대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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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항상 외국인들의 눈에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은 얼굴이 어둡고 침울하고 표정이 없다. 많은 여행자들은 "러시아 사람들은 미소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는 민족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면 상대를 거짓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의상 나오는 미소에도 정색한 얼굴로 받는다. 의미 없는 미소에는 불쾌해하기도 한다.
기자는 불과 6개월 전에 몸소 경험했다. 지난해 12월 겨울휴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갔다. 러시아 사람들의 시선이 차가왔다. 게슴츠레한 눈초리로 위아래를 훑어봤다. 편의점에서 샴푸를 살 일이 있었는데 점원에게 제품 안내를 좀 자세히 요구하자 "멍청이(Stupid)"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방문한 러시아의 공기는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웃으면서 우리 선수단과 기자단을 반겼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에 배치된 보안 요원들도 웃음끼 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월드컵의 힘이 아닐까. 세계적인 축구 축제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러시아 사람들도 변하고 있었다. 월드컵은 개최국은 손님을 잘 맞아야 하는 법. 이 때문인지, 러시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웃으면서 공항으로 입국하는 타국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주려고 지폐를 꺼내 세고 있는 택시기사 [사진=김형민 기자]

거스름돈을 주려고 지폐를 꺼내 세고 있는 택시기사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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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월드컵 홍보기 [사진=김형민 기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월드컵 홍보기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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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그렇게 받기 힘들다는 거스름돈도 받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러시아 사람들은 돈을 거슬러주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러시아 여행 때는 꼭 버스나 택시 요금 등은 액수를 맞춰서 이용하고 돈을 지불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12일(한국시간)에 탄 택시 기사 아저씨는 불편, 불만 없이 돈을 거슬러줬다. 캐리어까지 꺼내다주면서 "바이, 바이"라고 인사해주기까지.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들이 생각나 했던 걱정은 눈녹듯 사라졌다.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텔 로비에 있던 아주머니는 방의 시설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우리 호텔에서 잘 묵고 갔으면 한다. 환영한다"고 했다.

미소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러시아 사람들도 월드컵 때문에 들떠 있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일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곳곳은 월드컵 분위기가 물씬 났다. 택시 안에서 듣는 라디오에는 "푸스볼(풋볼, 축구)"을 연발했고 각종 광고에는 축구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응원가가 나왔다. 공항에서부터 시내까지 도로 양 옆에는 대회 홍보기들이 걸려 있고 텔레비전에는 온통 월드컵을 기념하는 축제 소식들이다.

우리 축구대표팀도 이날 결전의 땅 러시아에 입성, 숙소인 뉴 페터호프 호텔에서 숙박했다. 호텔은 우리 대표 선수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백야를 막는 검은 커텐을 설치하는 등 서비스에 만전을 다했다. 월드컵은 러시아 사람들을 바꾸고 러시아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자신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편견을 깰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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