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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친일'에 둘러 싸인 이순신 장군‥씁쓸한 탄신 473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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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8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73년을 맞아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영정ㆍ현판 등을 둘러 싼 친일(親日) 논란이 여전하다. 일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킨 항일 성웅(聖雄)을 친일파들의 작품으로 추모ㆍ기념하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다.

우선 충남 아산 현충사 등에 모셔진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은 1953년 월전 장우성 화백이 충무공기념사업회 의뢰로 그린 작품이다. 정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이를 '국가 표준 영정' 1호로 지정했다. 그때까지 10여종 이상 존재했던 다른 영정들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이후 제작된 100원짜리 동전, 교과서, 각종 책자, 기념사업 등에는 장 화백이 그린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실렸다. 현충사에 걸려 있는 영정도 장 화백의 작품이다. 청와대에 가장 많은 작품이 걸려 있는 화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장 화백의 친일 행적이다. 그는 이당 김은호 화백의 제자로 서울대ㆍ홍익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묵화 작가로 꼽힌다. 그러나 친일 행적도 명백하다. 그는 일제 시대 조선총독부가 주최하는 각종 그림전에 일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그림을 제출해 수상했다. '국민총력조선연맹', '조선미술가협회' 등 친일 단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일제의 강제 징용ㆍ징병을 적극 독려했다. 특히 일제 시대 말기 패전을 앞두고 마지막 발악을 하던 시기, 장 화백은 항전의식을 고취하고 미술인들을 총동원하는데 열렬히 호응해 조선총독부로부터 여러가지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일제 패망 후에도 공개적인 반성과 참회없이 한국 화단의 중심 작가로 이름을 날리며 서울대 미대ㆍ홍익대 미대 교수로 활동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런 활동 경력을 이유로 2009년 발행된 '친일인명사전'에 장 화백의 이름을 올렸다.

같은 시기 이순신 장군 가문의 후손들은 일제에 저항해 항일독립투쟁을 벌이다 온갖 고초를 겪었다. 13대 종손 백암 이종욱 선생은 신흥무관학교를 나온 후 국내에 독립군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잠입, 활동하다가 신의주에서 붙잡혀 1년여 옥고를 치렀다. 이후 백암 강습소 등 민족의 정기를 고취하는 활동을 벌이다 1941년 사망했다.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 현충사 현판을 둘러 싼 논란도 여전하다. 현재 현충사 본전에 걸려진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성역화' 사업에 따라 새 본전을 짓고 난 뒤 자신의 친필로 제작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 업적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ㆍ투옥시키는 등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 게다가 그는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로 근무하다 일왕에게 보내는 충성 맹세 '혈서'를 쓰고 일본군 장교로 입대해 만주 일대에서 복무하면서 독립군을 말살하는 데 나서기도 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의 15대 종부 최 모씨 등은 현충사 경내 옛 본전에 걸려 있는 숙종의 사액(賜額ㆍ임금이 내려보냄) 현판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나름대로의 역사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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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의 정원이 전형적인 일본식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소나무 금송(金松)까지 심겨져 있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 최근 재조성 공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탄신제 사전 행사격으로 진행되는 궁도 대회를 둘러 싸고 친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한궁도협회 아산지회의 주최로 진행되는 이 행사를 두고 '궁도'(弓道)라는 명칭 자체가 일제가 조선의 '궁술'(弓術)을 대체하기 위해 강요한 이름이며, 활 쏘는 법ㆍ과녁 등도 일본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선 주말 서명운동 등을 통해 영정 교체 및 국가표준영정제도 철폐, 현판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홍남화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장은 "이순신 장군이 만약에 살아 돌아오셔서 자신의 영정과 현판을 친일파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말씀을 하실 지 생각을 해보라"며 "우리 민족의 정기와 혼이 살아 있다면 당장이라도 영정과 현판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청이 광화문 현판은 고증이 틀렸다는 등의 이유로 예전 원본을 복원하려고 노력하면서 현충사는 왜 역사성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에 고증 여부나 작가의 경력 등 문제가 많은 국가 표준 영정 제도를 철폐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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