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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흐름막힌 '21세기 석유'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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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민낯⑥] 데이터 활용 규제로 4차산업혁명 '걸음마' 조차 못 떼
비식별화 개인정보 상업적 활용 반대에 규제 암초
EU도 책임 강화 및 활용 장려…"정부 역할은 문 열어두되 잘 감시하는 것"
규제에 흐름막힌 '21세기 석유'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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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토교통부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집을 구하는 이용자들에게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던 A스타트업 대표 정주택(가명ㆍ35)씨는 최근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부동산중개업자 연락처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갑자기 비공개 처리된 것이다. 정 씨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돼 비공개 처리했다"는 답만 돌아왔다. 정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부동산중개업체 연락처를 비공개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공공데이터 개방 지수가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빅데이터는 '21세기 석유'로 평가받지만 우리나라는 갖가지 규제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 벤처기업협회, 창조경제연구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노비즈협회 등은 1월10일부터 '데이터 족쇄 풀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빅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한데 모은 것이다. 서명운동에는 세 달 만에 1만5000명이 참여했다. 12일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4~5개월 차이는 산업화 시기의 4~5년 차이보다 크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일련의 정책들이 발표됐지만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4차산업혁명은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규제에 막힌 '21세기 석유' 빅데이터= 빅데이터 규제의 핵심은 개인식별로 요약된다. 2016년 정부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개인의 신변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활용을 권장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신용정보법 등이 개인정보 사용을 차단하면서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빅데이터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비식별화 정보를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떤 정보를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그렇다고 설명한 부분만 제외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라는 네거티브 규제라고 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차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비식별화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법정에 설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였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3일 실시한 '제3차 규제 제도혁신 해커톤'에서도 '비식별 개인정보'에 대해 다뤄졌지만 '반쪽' 합의로 끝났다. 업계 측은 신뢰할 수 있는 제 3의 기관에서 인증받는다면 산업적 측면에서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활용은 허용하되 강력한 책임 물어야= 비식별 정보란 주민등록번호처럼 특정인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데이터로 빅데이터의 원천이 된다. 유럽연합(EU)은 빅데이터 활용을 장려하면서도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다음달 시행한다. ▲개인의 열람권, 정정권 등 권리 확대 ▲정보보안책임자 의무 임명 ▲유전정보, 바이오정보 등 개인정보 정의 확대 등이 담긴 이 법은 비식별화 정보의 일종인 가명정보(실명을 삭제한 정보)에 대한 상업적ㆍ공익적 이용을 허용한다. 다만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라도 모든 권리는 개인에게 있다. 불법적인 활용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연간 매출 4% 또는 2000만유로(265억원)에 달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한다.

이 부소장은 "일본도 비식별화 정보를 모아서 개인 신원을 확인하는 행위는 처벌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두되 정보유출 및 관리 부실과 같은 일탈행위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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