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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옛날 뱃사람들은 배에서 뭘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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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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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포르투갈에서 남하해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출발해 69일을 헤매다 그렇게 가고 싶어 한 '인도'를 발견했다. 그는 이 섬을 '산살바도르(San Salvadorㆍ구세주의 섬)'라고 이름 붙이고, 이어서 '히스파니올라(Hispaniolaㆍ현재의 아이티)'섬에 상륙했다. 나아가 바스쿠 다가마는 리스본을 출발해 4개월 만에 아프리카의 최남단 희망봉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6개월을 더 항해한 뒤에 진짜 인도에 도착했다.

이렇게 돛단배를 타고 몇 개월씩 여행할 때 과연 이들은 무얼 먹었을까?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채소나 과일은 엄두도 못 내고, 기껏해야 말린 고기와 밀가루, 바짝 마른 치즈 덩어리 정도였을 것이다. 또 오늘날의 수돗물도 얼마 안 돼 못 먹게 되는데 당시 이들이 배에 실은 물은 어떠했을까? 금세 오염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였을 것이 뻔하다. 이렇게 심각한 위생과 영양 상태를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의사들이었다. 그들은 선원들의 위생과 영양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와인'이라고 생각했다. 1년 이상 항해를 하면 선원들의 절반도 돌아오기 어렵던 시절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초대 총독 얀 판 리베크(Jan Van Riebeck)도 선상 의무감으로 즉 의사였다. 그는 부하들에게 남아프리카의 지중해성 기후가 포도 재배에 적합하고 특히 와인이 괴혈병에 좋다고 설득, 1655년 포도밭을 조성해 1659년부터 와인을 만들었다. 또 1776년 미국독립혁명이 발발하면서 그때까지 미국으로 보내던 죄수들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새로운 유형의 식민지로 이용했다. 그러나 긴 항해 도중에 많은 수의 죄수가 사망해 손실이 크자 식민지 총독이 윌리엄 레드펀(William Redfern)이라는 의사에게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레드펀은 감귤류와 와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터라 라임 즙을 섞은 와인을 죄수들에게 처방했고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이에 레드펀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남쪽에 포도밭을 개척했고, 이후 다른 의사들도 와이너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린드먼(Lindeman)과 펜폴드(Penfold)는 런던의 성바르톨로뮤(St. Bartholomew)병원 출신이다. 린드먼은 1840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 유럽에서 와인의 효능에 매료되었던 그는 당시 독한 술을 마시던 사람들에게 와인의 효능에 대해 알렸고 1843년 뉴사우스웨일스 헌터 밸리(Hunter valley)에 포도밭을 만들었다. 또 1871년 뉴사우스웨일스 의학신문을 통해 와인의 유익한 점을 알리고 와인을 국가적인 음료로 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1844년 오스트레일리아 남부로 이주한 펜폴드 역시 와인의 의학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와인이 빈혈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프랑스에서 포도 묘목을 가져와 애들레이드(Adelaide)에 심고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을 위한 강화 와인 위주로 출발해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되었다.

이렇게 지리상 발견으로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와인은 장거리 항해에 필수품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하나로 묶어지면서 중요한 무역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렇게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민간요법이며 수십 년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역학조사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해 통계적으로 처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려운 과학적인 증거를 나열할 필요가 없다. 정기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날마다 식사와 함께 와인을 들면서 인생을 즐기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자신도 모르게 혜택을 받는 축복을 누린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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