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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삼국지]①미·중·러 파워게임의 중심에 놓인 북한 '송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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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봉화화학공장을 잇는 송유관(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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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실질적 보복조치로 거론되는 대북 원유수출 금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열강들의 본격적인 파워게임이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대북 원유 금수를 둘러싼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놓고 다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강대국들 각자가 지닌 동북아전략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숨어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원유공급 중단에 러시아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조치로서 고려 중인 원유공급 차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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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톤(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이날 태평양 건너 유엔(UN) 본부에서는 미국 유엔대표부가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김정은 자산동결 등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 조치를 담은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배포했다. 이 초안에는 원유(crude oil) 수출 제한뿐만 아니라 응축유(condensate oil), 정제석유제품(refined petroleum products), 액화천연가스(LNG) 등 석유화학 제품의 전면적인 금수를 적시해놓고 있다.

니케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사진=아시아경제DB)

니케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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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서 한국정부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러시아가 원유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장 강력한 대북영향을 지닌 나라이자 대북 원유 공급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은 더욱 설득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대북 원유 금수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계속 거부하고 있다.
1976년 첫 대북 원유 공급이후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한 것은 단 한번 뿐이었다. 지난 2003년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한 북한을 압박하고자 단 사흘간 중단했던 것.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에 따른 혼란과 대량 난민 유입 우려 등을 이유로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다.

오는 11일로 예정돼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또다시 반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표면적으로 삼국 간에 북핵문제 해법을 놓고 충돌 양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다양한 외교적 문제들이 함께 녹아 들어가 있다. 바로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강대국들 간의 세계 전략간 충돌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과거부터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닌, 경쟁관계였다(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과거부터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닌, 경쟁관계였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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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러시아의 위상이 한반도 내에서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6자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은 물론 교역량을 계속 늘리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북러 양국간 교역액은 특히 북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올 들어 작년 대비 73%나 늘어났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로 미·중 간 양자대결로 접어들던 북핵 정세에서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끼어들면서 세 개의 솥발이 완성돼가는 형국이다.

표면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함께 견제하는 모양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두 나라는 대북 영향력 확대를 놓고 오래 전부터 경쟁하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이 갈등을 겪던 시기에는 중국과 소련이 서로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려는 경쟁을 추진한 바 있다. 1961년 7월,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북한·중국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고, 1961년 11월에는 통상 및 항해조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971년 9월에는 무상 군사원조 협정을 체결하였고, 1973년 6월에는 경제기술협조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중국이 북한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구조는 중·소 간 갈등을 북한이 교묘히 이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사실 러시아는 근대 이후 역사 속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서는 적극적인 전면전에 나서기보다는 어부지리를 얻는 것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1895년 청일전쟁의 와중에서 고종이 이끄는 조선 조정과 결탁해 세력을 확장했고, 1901년에는 중국과 8개 열강 간 전투를 이용해 만주 전역을 점령하기도 했다. 1905년 러일전쟁 때도 더 싸울 전력이 있음에도 일본과 각자 조선과 만주를 분할하는데 합의하고 전쟁을 빨리 끝냈다. 1945년 8월 당시에는 일본이 미국의 원폭을 맞은 이후 일본과의 부전조약을 깨고 남하해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 어부지리를 얻었다. 대북 해법을 놓고 미·중 간 대결이 첨예한 상황에서 개입하는 것은 이처럼 또다시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중우호송유관 현황(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조중우호송유관 현황(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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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입장은 이와 또 다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 지역은 수도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화북 일대를 방어하는 중요한 지정학적 전략기지다. 중국은 과거 1937년 발발했던 중일전쟁에서 한반도를 통해 북진한 일본군의 침략으로 5000만명 이상이 희생당한 과거와 6.25 전쟁 당시 신생국가로서 미국과 UN군을 상대로 벌인 대전으로 100만에 이르는 병력을 잃은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상당한 경제적 손실 속에서도 최대한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원조하고 북한을 미국과의 대결에서 일종의 완충지대로 삼기 위해 한반도 지역의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는 것.

3국 간 이해관계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대북 원유 금수문제로 심화되고 있는 미·중·러 간 세력다툼이 세계 다른 지역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이 세력확장을 목표로 하는 인도양 일대와 러시아와 미국이 충돌 중인 시리아, 크림반도 등의 분쟁지역이다. 북핵문제 해법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일종의 풍선효과로 격한 대립이 세계 정 반대편에서 발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한반도 삼국지]①미·중·러 파워게임의 중심에 놓인 북한 '송유관'
[한반도 삼국지]②신냉전 분쟁의 세 축 한반도·시리아·크림반도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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