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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올림픽을 바라보는 싸늘함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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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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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평창을 향한 일반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싸늘함의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니다. 설명 가능한 싸늘함이란 뜻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평창동계올림픽. 그 결정의 순간 터져 나왔던 뜨거운 함성을 기억한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 123차 IOC 총회였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개최국이 적힌 종이를 정면을 향해 돌렸을 때 현장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고 바로 옆에 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도 미소를 머금고 박수를 쳤다.
총 95표 중 1차 투표에서 평창은 63표를 받았는데 25표를 받은 독일 뮌헨과 7표를 받은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그 때까지 있었던 개최국 투표 역사상 가장 많이 받은 득표였다.  삼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인용한 대한민국 국민의 올림픽 개최 지지율은 88.7%였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보다 높다. 그 높던 지지율은 다 어디 갔을까? 지난 6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올림픽을 향한 우리들의 마음이 이토록 싸늘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체육계가 깊이 연루됐다는 점이다. 최순실의 충실한 하수인이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한때 대한민국의 체육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이들이 야합해 평창을 둘러싼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평창을 향한 시선은 싸늘해졌다. 여기에 정유라의 체육특기자 특혜 등으로 대한민국 체육계는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통해 대표적 적폐세력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두 번째 이유는 그동안 열린 메가스포츠이벤트를 통해 국민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전남 영암에서 벌어진 F1 해프닝은 막대한 돈을 들여 고생고생해가며 지어놓은 경기장이 어떻게 애물단지가 돼가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비난을 무릅쓰고 서구에 새로 지은 주경기장은 여전히 활용방안이 묘연하다.
지난해 방문했던 주경기장 주차장에서 '운전연습 금지'라는 푯말을 보고 4900억짜리 경기장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기지에 경악했다.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려는 무리들이 약속했던 수천억, 수조에 이르는 경제효과는 간데없고 우리 앞에는 대대손손 갚아야 할 빚더미가 현실이 돼 남았다.

세 번째, 올림픽 자체의 위기다. 위에서 제시한 메가스포츠이벤트의 폐해는 비단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올림픽을 유치한 여러 나라들은 개최 이후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나가노현은 올림픽 성화가 꺼진 지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 오늘까지도 재정적자의 후유증으로 꺼져가는 지역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 그리스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마침내 나라 전체가 도산위기에 빠진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 이상 올림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며 오히려 돈 먹는 하마 혹은 밑 빠진 독일 수 있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과 2028년 LA올림픽이 동시에 결정된 것도 IOC가 개최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선심을 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올림픽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IOC가 올림픽 개혁안 2020을 발표하면서 지속가능성과 올림픽 레거시를 강조한 진짜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올림픽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에 있다.

올림픽 개최가 200일도 남지 않은 현재, 평창을 향한 싸늘함을 데우려 평창올림픽조직위와 새 정부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홍보대사가 되겠다며 평창올림픽 붐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유감스럽지만 위에서 살펴본 싸늘함의 이유들은 대통령이 홍보대사 명함을 판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체육계 적폐 척결과 함께 현실적이고 납득할 만한 사후활용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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