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를 불공정무역의 원인으로 꼽은 것과 달리,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FTA 발효 후 한국 수입시장 내 미국 상품 점유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문제 삼는 대한국 무역적자는 양국 교역구조의 상보성과 미국의 산업경쟁력 부진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미국 USTR이 내놓은 공식무역장벽보고서에 보면 한미 FTA로 미국의 대한 교역에 상당한 정도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단 걸 인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지지층 등을 살펴볼 때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에 결국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보낸 서신에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개정협상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도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내 업계와 의회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수출품을 언급하며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협정문 수정 범위를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며 "단 2개 조항만 수정할 수도 있고 100개가 넘는 조항이 수정되는 전면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된 차ㆍ철강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FTA 발효 후 한국에서 팔린 미국 자동차는 37.1% 증가했다. 철강의 경우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미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위반 여부에 휩싸인 상태다. 위반국에 포함될 경우 25~30%에 달하는 특별관세를 내야한다. 관련 보고서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이 쇠고기와 오렌지, 쌀, 녹두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TA 개정 협상을 막기 위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등 미국측을 설득해온 정부의 노력도 아쉽게 됐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방미 수행경제인단이 총 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ㆍ구매를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 카드를 너무 빨리 써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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