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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일탈" "이대 권학유착"…판사들이 보는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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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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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국정농단 사건 일부 연루자들의 1심 재판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규정하는 판사들의 시선이 눈길을 모은다. 재판부별로 나름의 시각을 담아 피고인들의 행위를 꾸짖거나 사건의 사회적 함의와 해악을 지적하는 내용이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를 '그릇된 일탈'로 규정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공범'으로 언급한 대목이 특히 주목된다. 당사자들에 대한 향후 재판이나 수사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어서다.
◆이영선 질타하며 朴의 과오까지 지적한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비선의료 묵인ㆍ방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고 이 전 행정관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주사아줌마, 기치료아줌마 등 속칭 비선의료인들을 청와대에 출입시켜 대통령에 대한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은 자칫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 전 행정관이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건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사아줌마, 기치료아줌마 등 무면허 비선진료진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의료 행위를 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그릇된 일탈"로 규정하고 이 전 행정관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의 그릇된 일탈'을 향해 충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을 배신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행위와 주변인들의 태도가 본질적으로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를 지적한 것이다.

◆"삐뚤어진 모정,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이대는 '권학유착' 의심" =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 사건을 맡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최씨에게 징역3년 실형을 선고하면서 "주변 모두가 자신과 자녀를 도와야 한다는 특혜의식이 엿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급기야 삐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자녀(정유라씨)마저 자신의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최씨 모녀의 행위가 사회에 끼친 해악을 이렇게 정리했다. "누구든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게 징역2년을 선고할 때는 다음과 같이 이대의 현실을 개탄했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여자대학으로 설립 이래 근대화와 여성 인권의 모태였던 이화여대는 이제 '권학유착'으로 얼룩져 있다는 의심을 받을 처지가 됐다."

◆'삼성 합병 과정에 부당한 압력' 꼬집은 재판부…"불법성 크다" =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난달 8일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비난가능성과 불법성이 무겁다"고 꾸짖었다.

국정농단 사건 중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삼성 뇌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지만 재판부는 단호하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을 향해 "연금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국민연금기금에 주주가치의 훼손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동일한 형량을 선고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관련해선 "피고인은 기금 운용의 원칙을 저버리고 여러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기금에 불리한 합병 안건에 투자위원회의 찬성을 이끌어냈다"면서 "국민연금은 합병에 관한 캐스팅보트를 상실하고, 보유 주식의 가치가 감소하는 등 손해를 입어 불법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한편 총 18건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중 1일 현재까지 9건의 재판에서 선고가 완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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