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박열'이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다시 살아났다. 1920년대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박열'을 조명하며 2017년에도 삶의 가치관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던졌다.
'박열'은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에 입각해 구현했다. 당시 아사히 신문,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야마다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 등에 따라 대사 뿐 아니라 일본 내각 정부까지 꼼꼼하게 짚었다.
그 동안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많았지만 이준익 감독의 '박열'이 특별한 이유는, 경성이 아닌 동경에서의 일을 그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장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 시대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이 주로 표현됐기 때문에 억울하고, 아픈, 서러운 한국인들의 감정이 주가 됐다. 이번에는 동경으로 관점을 바꿔 시대극의 틀을 깼다. 프레임을 바꾸니 일본인들의 캐릭터도 더 입체적으로 구현됐다.
이준익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은 배우의 캐스팅에서부터 묻어났다. 이제훈과 최희서 주연 배우 외에 간토대학살을 주도했던 내무대신 미즈노 역의 김인우를 캐스팅했다. 김인우는 '동주'에서도 출연했던 배우로,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역할이지만 '박열'에서 전혀 다른 결을 살려 연기했다.
또한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배경을 다룬 만큼, 일본어가 자연스러워야하는 과제를 풀기 위해 실제 일본인들을 캐스팅했다. 제작진은 신주쿠양산박이라는 재일교포 극단을 찾아내 수장 김수진 대표와 극단의 배우들로 일본 수뇌부를 구성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란 역사적 인물을 단지 알리고 싶다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이 감독은 새로운 인물을 통해 그 시대의 관점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기획의도다.
그 동안 봐왔던 반일영화가 아닌, '박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준익 감독의 메시지에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까. 실화영화를 통해 시대의 빈 곳을 긁어줬던 이준익 감독이 아닌가. 의문 없이 확신을 가지고 이준익 감독이 차려놓은 '박열'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오는 28일 개봉.
아시아경제 티잼 유지윤 기자 yoozi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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