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일방적인 것 아냐" 개인적 소신발언 재확인
"난 정부에서 월급받는 사람 아냐…조언은 계속할 것"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본인의 발언에 대한 관심을 인식한 듯 개인적인 생각이 곧 한국 정부의 생각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정부 관계자가 아니라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며 "정부에서 월급을 받지도 않는 만큼 계속 조언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미디어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혼선을 빚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특보는 "나는 한미동맹에 대한 조언을 할 분이고, 결정은 청와대에서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로부터 그의 발언에 대해 경고했다는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대답했다.
비난이 커지자 청와대 역시 이 발언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뜻을 문 특보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가 개인적인 의견과 정부의 입장을 구별해달라고 밝혔지만, 특보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특보의 생각이 한국 정부와 완전히 구별돼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만큼, 양국의 협상 전략과 목표에 대해 주제가 집중됐다.
수미 테리 전 보좌관은 "아베, 시진핑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일본, 중국의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한 덕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이슈를 가지고 파고들며 대화하는 스타일인 만큼 세부적인 것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 이후 불만을 제기한 것도 턴불 총리가 관계 형성보다는 세부사항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와 통화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한 난민 상호교환 협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역시 "이번 회담에선 북핵, 사드(THAAD) 문제 등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핵심 이슈에 타깃을 집중해 협상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특보는 이날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안보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평양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가능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것이 현실"이라며 "안보 문제가 해결돼야 햇볕정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셀 전 차관보 역시 "(북한과의) 대화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정한 대화가 되냐는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정확한 목표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테리 전 보좌관은 북한 고위관계자들이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매우 회의적인 시각도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핵 개발이 거의 완료됐고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며 우려했다. 또한 "미국과 직접 얘기하고 싶어하며 한국은 제3자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