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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기업인권경영,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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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천 한양대 교수

정영천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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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새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행률을 높이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인권경영이 화두다. 2014년 12월 인권위가 '공공기관 인권경영 실천ㆍ확산을 위한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및 체크리스트 권고문'을 발표한 이후 한국전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광주시 및 대전시 산하기관 등이 인권경영을 기존 윤리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에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 인권위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발표하고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10대 인권과제 이행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유엔(UN) 글로벌임팩트에서는 인권경영을 기업이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하며,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해 기업경영에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 대한 보호 또는 회피를 위한 적절한 방안을 도입해 시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ISO2600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서도 기업인권 관련 국제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인권경영 관련 논의는 별도의 경영방침이라기 보다는 기업이 지속경영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의 범주에 이미 포함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인권경영 논의는 도입 자체에 대한 반론보다는 이를 의무화해 강행규정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자발적 책임부여 형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차로 해석된다. 필자는 국정역사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용적 측면이 아니라 검인정교과서로 이미 다양화 된 시각을 다시 획일화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리로 이미 법률상으로나 실무 기업경영에 포함돼 있는 윤리준법경영, 지속가능경영에 인권경영을 별도로 분리해 이행을 강제하는 규제 성격의 정책 도입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는 국가 또는 기업의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주체의 자발적 행동을 야기토록 하는 행위메카니즘을 설계하는 연구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50미터마다 휴지통을 설치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길거리에 휴지 등을 버리는 경우는 엄중히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과 같다. 이의 핵심은 합리적인 경제주체인 기업이 인권경영에서 권고하는 이해관계자의 인권, 환경보호 등 사회적 책임, 공정무역 등 윤리적인 기업운영이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인권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기업은 시장의 힘으로 규율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인권경영은 기업입장에서는 실물옵션의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옵션이란 유리하면 행사하고 불리하면 행사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권리이지만 의무는 아닌 상품을 말한다. 기업이 이미 인권을 윤리준법경영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권경영이 기업성장에 긍정적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권경영의 강화는 기업성장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고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잠재력이 감소될 것이다. 고용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의무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보다는 우수한 인권경영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권경영 우수기업에는 정부 조달시장 참여 가점 부여, 연기금 투자풀 확대, 중소ㆍ중견기업 정책금융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의 동기를 부여해 독려하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성장의 걸림돌 중 하나는 과도한 규제다.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는 의도하지 않는 규제의 요소가 포함될 수 있는데 규제 생성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행동이 초래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징벌적 규정의 도입보다는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인하도록 원칙기준의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인권경영의 논의가 기업이 체감하는 또다른 규제요소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도록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정영천 한양대 ERICA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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